[기자수첩] 인터넷은행의 특별한 성장
[기자수첩] 인터넷은행의 특별한 성장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11.11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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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은행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금융의 비대면화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이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4년 만에 놀라운 성장력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 1호인 케이뱅크는 2017년 4월, 2호인 카카오뱅크는 같은 해 7월에 각각 금융소비자를 처음 만났다.

특히 카카오뱅크의 올해 성장은 창사 이래 가장 빛난다. 카카오뱅크는 3분기 비이자이익까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가장 최근에는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도 발표했다. 증자 이전 기업가치가 약 8조6000억원, 신주발행가 기준은 9조원을 훌쩍 넘는다. 이 정도면 시가총액 기준 4대 금융지주 순위권 안쪽이다.  

케이뱅크의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디지만 다시 속도는 내고 있다. 법규상 대주주 적격성 요건 불충족으로 한동안 자본확충에 고전했다. 케이뱅크로서 다행인 점은 지난 7월 4000억원 규모 유증에 성공하면서 대출 영업을 재개했다는 것이다. 이전 잠정 휴업 상태에서도 가상화폐거래 실명계좌 발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 출시를 준비하는 등 노력이 있었다. 현재는 신상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지난 성장 과정에서 포용적 금융의 역할이 충분했는지는 의문이 든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은 건수 기준 1~4등급 비중이 전체의 93.59%로 2017년 87.95%에서 매년 지속 확대됐다. 같은 기간 5~6등급은 2017년 10.27%에서 지난 6월 말 1.37%, 7등급은 1.78%에서 0.87%로 낮아졌다.  

케이뱅크에서는 최근 은행권에서는 전례 없는 추첨제 대출로 인해 소비자들의 잡음이 일었다. 더 많은 기회 제공을 위해 12일 오후 2시 모집부터는 선착순으로 한다고 하는데, 어떤 방식이든 탈락자는 나오고 이 과정에서 돈이 가장 필요한 실수요자의 기회는 보장되지 않는다.

은행업은 정부의 라이센스가 필요한 규제 산업이다. 두 은행은 일반 은행과는 다르게 은행법인 아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을 우선적으로 적용받고 있다. 출발점부터 일부 특혜를 받는 대신 새로운 관점에서 금융산업 편의성을 향상하고 중·저신용자의 금리 부담도 완화하라는 미션도 받은 셈이다.  

설립 초기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은 24년 만에 나온 은행 인가, 시공간 제약 없는 금융서비스 제공 등 이유로 금융권 안팎의 관심이 컸다. 이 관심은 일반 은행들이 느끼는 위협감과 국민적 인지도로 전환됐다. 중·저신용자 지원을 담당하는 역할도 보여줘야 할 때가 왔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