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도 넘은 조롱
[e-런저런] 도 넘은 조롱
  • 신아일보
  • 승인 2020.11.10 1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대선 결과에 불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

알다시피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 초중반까지 승기를 잡았으나 중후반 우편투표의 결과가 합해지면서 경합주 곳곳에서 역전당했다. 그리고 끝내 승기를 내줬다.

이에 그는 우편투표의 부정행위 발생 등 문제를 들며 소송을 냈고 연방대법원까지 가서 승패를 가려보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 사이 조 바이든 후보는 승리 선언을 하고 내년 1월 취임에 대비, 백악관 인선 작업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정도까지가 현재 사실로 드러난 미 대선 상황이다.

미 대선 포커스는 이제 ‘누가 당선이 될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행보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냐’에 맞춰져 있는 듯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을 황당해하며 조롱에 나섰고, 다른 일각은 잘못된 게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며 그의 불복을 응원하고 있다.

기자도 생각을 해봤다. 양분된 의견을 되도록 차치한 후 남겨진 생각의 끝에선 이런 의문점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이의가 그렇게 비난받아야 할 행동인가’에 대해서 말이다.

하루에 전국 법원에 쏟아지는 민원과 소송은 수십, 수백 건에 달하고 법원까지 들여다볼 필요 없이 동네 지역 경찰서 내 상주하는 변호사 책상만 하더라도 입이 벌어질 정도의 서류가 쌓여있다.

실제 한 변호사는 어떤 사고에 대해 자문을 받으러 온 A씨에게 “그런 민원(소송)만 현재 100건이 넘어요”라며 사건 해결에 있어 회의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비슷한 사고의 민원만 100건이 넘게 들어왔다면 다른 유형의 것과 합할 경우 접수된 것은 수백 건에 달할 것으로 짐작된다.

시비를 가리는 일개 어떤 작은 상황에 대해서도 일단 법적으로 해결하자며 씩씩거리는 판에, 하물며 대선이라는 큰일에 부정행위가 개입됐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이를 제기하고 나선 당사자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건 상당한 어폐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중립을 지켜야 할 언론마저 오히려 조롱을 계도하는 듯한 모양새를 띤 데 따라 이렇게까지 하는 건 확실히 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주변에 선거를 치르는 나라가 없어서인지, 간만에 본 남의 나라 선거에 기다렸다는 듯 한술 더 떠 쌍심지를 켠 모습이 매우 좋지 않아 보인다.

소송으로 대선 결과가 뒤집힐 것이라 보진 않는다. 그러나 투표부터 개표까지 그 과정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었다면 당사자로선 응당 짚고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

바이든 후보가 판정승했다고 알려졌으나 엄밀히 말하면 미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소송으로 일주일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여겨진다.

이 와중에 한 매체의 공지문이 눈에 들어온다. “두 후보는 모두 특정 주에서 자신의 승리를 주장했지만 이번 선거가 법정까지 가서야 해결되리라는 전망이 점점 두드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우리 사(社)는 모든 결과가 검증되고 법적인 문제들이 해결되기 전까지 대선 승자를 선언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조롱도 두둔도 아닌 이것이 현재 우리에게 요구되는 자세가 아닐까 싶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