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위기의 외식업, 냉정히 되돌아볼 때
[기자수첩] 위기의 외식업, 냉정히 되돌아볼 때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11.0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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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자주 갔던 한식뷔페 매장인 자연별곡 홍대점이 최근 영업을 종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자연별곡은 외식대기업인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브랜드다. 혹시 해서 폐점 매장현황을 살펴보니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3개월 새 무려 11개의 자연별곡 매장이 문을 닫았다. 

편한 분위기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만 해도 외식 뷔페를 한 달에 두세 번 갈 정도로 좋아했지만, 매장 수가 줄다보니 뷔페 마니아의 선택지가 좁아진 것 같아 씁쓸하다.

이랜드이츠는 자연별곡을 포함해 16개의 외식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불과 지난해까지 브랜드 모두 흑자를 기록할 만큼 성과가 좋았다. 같은 해 7월 이랜드파크에서 물적분할을 하기 전만 해도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이익률도 좋아 캐시카우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뷔페 운영이 두 달가량 차질을 빚으며 경영에 큰 타격을 받았다. 이랜드이츠는 결국 지난 7월 비상경영을 선언한 후 당초 3개월만 하려고 했던 무급휴가를 연말까지 연장했다. 

비단 이랜드이츠만의 문제는 아니다. 또 다른 외식대기업 ‘CJ푸드빌’은 코로나19에 따른 경영난으로 알짜배기인 국내 2위 베이커리 사업자 ‘뚜레쥬르’ 매각을 추진 중이다. 뚜레쥬르는 지난해 CJ푸드빌 전체 매출에서 6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브랜드다. CJ푸드빌은 동시에 최근까지 본사 지원직군 4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국내 최대 햄버거 사업자 ‘롯데리아’도 위태로운 건 마찬가지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는 현재 정규직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을 받고 있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습이다. 롯데GRS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올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0% 가까이 줄어든 3424억원, 당기순손실은 1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됐지만, 코로나19발 외식업계의 위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해지면 외식 매장은 언제든지 셧다운될 수 있다. 여기에 식품·유통기업들과 호텔까지 가정간편식(HMR) 제품을 활발히 내놓으면서 외식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다수의 외식기업들이 매장과 인력을 줄이고, 알짜배기 브랜드를 팔면서 경영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뒤늦게나마 배달 서비스로 돌파구를 찾지만 역부족이다. 한편으론, 호황 때에 취해 미래 투자와 위기관리를 게을리 한 건 아닌가 싶다. ‘살아남는 자가 강자’라는 말이 있다. 외식업계 강자로 살아남을 기업은 스스로를 되돌아봤을 공산이 클 것이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