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운명을 사랑하라
[e-런저런] 운명을 사랑하라
  • 신아일보
  • 승인 2020.11.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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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동창 4명이 있었다. 이들은 꽤 친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사이에 틈이 생겼고 결국 3대 1로 패가 나뉘게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이는 악화해갔다.

3명의 무리 중 2명은 어느 날 패가 갈린 1명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칫솔을 발견하고 그것으로 변기 닦은 후 제자리에 놓았다. 3명 중 개인일정 소화로 그 일에 가담하지 않은 나머지 1명도 추후 그 사실을 알게 됐다.

칫솔 주인인 1명은 이를 모르는 채 이를 닦았고 결국 대장균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후에 통원치료도 이어갔다. 3명의 무리가 왜 1명을 미워하게 됐는지 명확한 이유는 없었다. 다만 “성격이 이상하고 보기 싫은 짓을 해서…”라는 말을 미뤄볼 때 막연하게 싫은 감정이 올라왔고 3명 모두 그것이 일치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감정이란 쌍방향으로 이뤄지기 마련이다. 안 좋은 감정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3명이 1명을 싫어했다면 1명 역시 그 3명의 무리가 곱게 보였을 리 없다.

감정은 제각각의 이유를 가지고 시시때때로 변화하며 정당하게 또는 그 반대로 작용할 수 있다. 때문에 어느 한쪽의 말만 듣고서는, 혹 양쪽의 말을 다 듣는다 해도 제3자가 이에 대한 옳고 그름을 따지기기란 어렵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한 사람을 병원으로까지 내몬 것은 범죄에 준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다.

이 이야기를 떠올린 이유는 최근 고교동창 2명이 외제차가 올려진 다른 동창의 SNS를 본 후 중국동포를 시켜 청부 살인하려다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는 기사를 접한 데 따라서다. 미수에 그쳤으나 동창이 가해를 계획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동창을 향한 살인 행각은 비단 이 사건에서 뿐만이 아니다. 2019년에는 11년 지기 대학 동창이 친구를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고, 2014년에는 초등학교 동창이 자신은 힘든 데 친구는 동영상을 보고 웃고 있다는 이유로 살해한 사건이 있다. 2003년에는 고등학교 동창이 화목하게 살고 있는 친구의 삶이 부러워 그의 일가족 3명을 살해하기도 했다. 

앞선 대학교 동창 4명이 행한 일은 살인과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일이 타인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못마땅한 감정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겠다.

질투와 시기 등 이 미묘한 감정을 마냥 억제하고 짓누르고 살라고 하고 싶진 않다. 그건 오히려 부자연스럽다. 다만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는 니체의 말을 좀 더 가까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상황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 그것이 타인에 대한 질투와 시기심, 인생에 대한 기대치에서 오는 허탈함을 돌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