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런 제도가?"…관심이 만드는 안전망
[기자수첩] "이런 제도가?"…관심이 만드는 안전망
  • 천동환 기자
  • 승인 2020.11.03 1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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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이제 막 봄기운이 일기 시작했을 때 서울 종로에서 한 친구를 만났다. 군대 후임이던 이 친구는 기자와 나이가 같아 사회에 나와서는 편한 사이로 지낸다.

이날은 이 친구를 약 1년 만에 다시 만난 날이었다. 친구가 갑작스러운 암 발병으로 힘든 치료를 마친 뒤였다. 다행히 수술이 잘 됐고, 몸 상태도 그럭저럭 좋아 보였다.

그러다 문득 이 친구가 암 치료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돼 넌지시 물었다. 답변은 의외였다. 기본적인 치료비의 상당 부분을 의료보험으로 지원받고,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도 있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지출이었다고 했다.

보험을 잘 들어둔 덕도 있었겠지만, 우리나라의 사회 안전망이 조금씩 강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암에 걸리면 가정 전체가 휘청인다는 것도 머잖아 옛말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의료 분야를 포함해 한국의 복지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관심 있게 보면 우리가 받을 수 있는 혜택과 지원이 적지 않다.

한 가지 예를 들면, 서민금융진흥원(이하 서금원)은 지난 8월 '저소득층 아동보험2'를 출시했다. 이 보험은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지만, 생계 급여를 받지 못하는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중 아동양육비 수급자를 지원 대상으로 한다. 각종 상해와 질병 등을 보장하는 보험 가입 비용을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한부모가족 만 17세 이하 아동과 부양자의 각종 장해와 입원, 골절, 암 등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입한 보험이 있더라도 중복 보장한다.

별도 가입 절차 없이 보장 내용에 해당하면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 문제는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 대상자가 되더라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서금원도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여러 채널을 활용해 지원 정책을 열심히 홍보하는 중이다.

정상적인 경제생활 과정에서 안게 된 빚 부담을 지원하는 제도는 사회 구성원들의 도전을 지지하는 안전망이다. 몇 년 전 사업에 실패한 한 지인은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금융사들로부터 빌린 돈을 장기 분할 상환하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여전히 많은 곳에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많은 이들이 사회적 관심에서 소외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사고나 질병, 실패의 고통을 겪는 이들이 기댈 수 있는 제도도 곳곳에 숨어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올해는 과거 어느 때보다 사회적 안전망이 강조된 시기다. 정부 당국자들은 각종 지원책을 만드는 데 고심했고 "이게 맞다" "저게 맞다" 사회적 갈등도 많았다.

하지만, 여러 사례가 보여주듯 기존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기존 제도를 적재적소에서 잘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코로나19라는 위기 속에서도 더욱더 효과적으로 촘촘한 안전망을 짤 수 있을 것이다.

cdh4508@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