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떠난 삼성전자…"배당 늘며 주가 오를것"
이건희 회장 떠난 삼성전자…"배당 늘며 주가 오를것"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10.26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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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10.5조 재원 마련에 계열사 배당확대 불가피
삼성생명·삼성SDS 등 계열사 지분 처분 전망도 제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별세하면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계열사 종목의 주가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약 1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요 계열사의 배당 수입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 또한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고 이 회장이 보유한 상장주식의 지분가치는 18조2000억원에 달한다. 현 주가를 기준으로 계산된 상속세 규모는 약 10조50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상속세 규모가 천문학적인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한 지배주주 3세대들은 이를 최대 5년간 분할 납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세대 오너들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으로는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방법과 주식 담보 대출을 받는 방법, 배당 수입을 확대하는 방법이 있다. 이 중 가장 뚜렷하게 제시되는 방법은 배당 수입을 늘리는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 가치가 상속세 규모에 미치지 못하고, 주식 담보 대출을 받는 방법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오너 3세들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는 상속세에 비해 턱 없이 모자라고, 주식 담보 대출은 한시적 방편에 불과하다"며 "결국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보유 회사의 배당을 확대해 자금력을 확보하는 방법 뿐"이라고 말했다.

문지혜 신영증권 연구원도 "상속세 납부를 위한 특수관계자의 삼성전자 지분매각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해 이를 실제로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주요 관계사의 배당정책 강화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삼성전자 및 주요 관계사의 배당이 확대된다면, 이들 종목의 주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경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2018년부터 3개년 주주환원정책을 제시해 집행해오고 있고, 이에 따라 경쟁사 대비 열위였던 배당성향 등 주주친화정책은 점차 강화돼 가고 있어 올해 또한 강력한 배당 정책이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절대적 규모를 차지하는 외국인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은 단계적으로 가속화될 수 있고, 주가 또한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 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상속세 부담도 늘었고, 보유 및 상속 지분 처분을 통해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최대 4조4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배당정책은 지금보다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 이슈 때문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경우 향후 당분간 차익실현 매물은 나올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지배구조 이슈에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던 종목인 만큼, 이번 이슈로 인한 영향을 얼마나 받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너 일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제외한 계열사 지분을 처분할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김동양 연구원은 "오너 일가의 상속세 부담이 늘면서 이를 당장 마련하기는 어렵게 됐다"며 "지배주주 3세대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상속 지분 중 배당수입 규모와 삼성그룹 지배력 유지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제외한 삼성생명, 삼성SDS 등은 처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