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합리 퇴직연금 관행·약관 개선…설명·관리 의무 강화
불합리 퇴직연금 관행·약관 개선…설명·관리 의무 강화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10.26 14: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사, 개인형IRP 계약 시 '1페이지 핵심설명서' 교부해야
소비자 직접 기재 통해 '펀드 환매수수료' 인지토록 개선
개인형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도식. (자료=금감원)
개인형퇴직연금(IRP·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도식. (자료=금감원)

앞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는 가입 이후 해지에 따른 불이익과 수수료 등에 대해 한층 자세한 안내를 받게 된다. 금융사는 개인형IRP 계약 시 중요한 내용을 요약한 1페이지 분량 '핵심설명서'를 별도로 교부해야 한다. 또, 금융소비자가 퇴직연금펀드 환매수수료를 정확히 인지할 수 있도록, 가입자가 직접 운용지시서에 환매수수료를 기재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협회와 개인형IRP(퇴직연금)에 대한 핵심설명서 도입과 퇴직연금펀드 환매수수료 안내 강화, 연금계좌 연간 납입한도 절차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불합리한 퇴직연금 관행 및 약관개선'을 공동 추진한다. 

◇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 '별도 안내'

개인형IRP는 근로자가 퇴직 시 받을 퇴직금을 자기 명의 퇴직계좌에 적립해 연금 등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수령 개시 연령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이전에 받은 퇴직일시금을 개인형퇴직연금을 통해 계속해서 적립·운용이 가능하다. 퇴직연금수령 이전까지는 과세이연 혜택이 부여되며, 근로자가 연간 1800만원까지 자비로 추가 납입할 수 있다.  

이번 제도 개선에 따라 앞으로 금융회사는 개인형IRP 계약 체결 시 가입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정리한 1페이지 '핵심설명서'를 교부해야 한다.

금감원은 핵심설명서 도입 배경에 대해 금융사들의 비대칭적인 안내 관행을 지적했다. 이는 통상 금융사들이 개인형IRP 계약을 체결하려는 고객에 상품 가입에 따른 '혜택'은 강조하지만, 나중에 계약 해지 시 소비자가 받는 불이익이나 수수료 등은 적극적으로 안내하지 않는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다.  

실제 금감원에 접수된 소비자 민원에 따르면, 개인형IRP 가입자는 가입 당시 금융회사에 충분히 안내받지 못했다가, 나중에 해지할 때 또는 수익률 안내장 등을 수령하면서 중도해지 세액과 퇴직연금 수수료에 대해 인지하기도 했다. 중도해지 세액은 계약 해지 시 가입자가 세액공제 받은 자기부담금과 이자에 대해 16.5%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소비자 불만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 구조 도식. (자료=금감원)
확정급여형(DB·Defined Benefit) 구조 도식. (자료=금감원)

◇ 퇴직연금펀드 환매수수료 안내 강화

퇴직연금펀드 환매수수료에 대한 안내도 강화된다. 환매수수료 민원도 펀드를 판매하는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환매수수료에 대한 충분한 안내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환매 수수료는 만기가 없는 대부분의 공모형 퇴직연금펀드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일부 사모펀드(DB·확정급여형만 투자 가능)나 단기매칭형(단위형) 공모펀드 등은 손실보존목적상 수수료를 부과하기도 한다. 특히, 만기매칭형 공모펀드의 환매수수료는 적지 않은 편으로, 통상 2~3년 내 환매 시 환매금액 기준 5~10%를 부과한다.   

금감원은 이런 환매수수료 체계에 대해서도 소비자가 운용지시서 등에 환매수수료를 직접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법을 강구했다. 이를 통해 환매에 따른 불이익을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퇴직연금펀드 중 불필요하게 환매수수료가 부과되는 펀드가 없는지를 자체 점검할 방침이다. 

또, 금감원은 일부 금융사가 개인들의 연간 납입한도를 임의로 설정·등록하거나, 한도에 대한 불충분한 안내에 따른 가입자 불이익을 차단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가입 신청서'에 한도설정 관련 안내문구를 반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도식. (자료=금감원)
확정기여형(DC·Defined Contribution) 도식. (자료=금감원)

◇ 운용관리수수료 미납 시 '일시중지' 약관 제거 

금융사가 수수료를 미납한 퇴직연금 가입자의 일부 운용관리 서비스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연행 약관도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금감원은 현재 일부 금융사의 운용관리약관(DC·확정기여형 및 기업형IRP)에는 수수료 미납 시 일부 운용관리서비스가 중지 가능한 것으로 명시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금융사는 운용관리수수료 미납사실을 통지한 후 1개월이 경과한 시점부터 미납 수수료를 납부할 때까지 급여 지급과 중도 인출을 제외한 운영관리서비스를 일시중지한다. 

그러나 금감원은 DC와 기업형IRP의 수수료 납입 의무자가 근로자가 아닌 기업이기 때문에 금융회사가 기업의 수수료 미납을 근거로 근로자에 대한 서비스를 제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운용관리서비스 제공 중지 약관 규정은 삭제한다는 방침이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기업이 부정기적으로 납입하는 퇴직금 및 경영성과금이 근로자가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전)운용지시에 따라 펀드로 운용되고, 특히 퇴직금은 운용지시 시점이 주로 계좌개설 시기인데 반해, 퇴직금 입금시점 간 시차가 커서 근로자가 운용지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최근 증시 변동성 확대로 단기 손실 폭도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손실이 발생하는 근로자들의 불만을 고려해, 현행 부정기납 또는 정기납 중 선택할 수 있는 운용지시서상 부담금 종류를 일원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부정기적으로 납입되는 기업의 부담금에 대해서는 별도로 운용지시를 받도록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또, 보험사의 퇴직연금약관에도 연금수령단계의 수수료율을 표기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퇴직연금사업자로 하여금, 위 개선과제에 대해 올해 말까지 이행을 완료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다만, 부정기납의 운용지시 구분 등 전산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사항은 내년 1분기까지 이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