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통이 아쉬운 언택트 시대
[기자수첩] 소통이 아쉬운 언택트 시대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10.25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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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전세계 대유행)이 장기화되면서 사회 전반엔 비대면 채널이 활성화되고 있다.

기업들은 가능한 업무에 한해 비대면 협업 또는 화상회의 솔루션을 도입해 재택근무를 확대했고, 교육부문에서도 온라인 방식이 확산됐다.

또 각종 세미나는 물론 음악·연극공연, 영화제, 취업·산업 박람회 등 대표적인 오프라인 행사들도 언택트 시대를 맞아 가상공간에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달 KBS2에서 ‘2020 한가위 대기획’으로 방송된 나훈아 콘서트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가 대표적인 예다. 이 공연은 TV채널을 통해 생중계되긴 했지만, 온라인 관객 1000명이 언택트 방식으로 참가해 나훈아의 무대가 끝날 때마다 호응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업들의 신제품 소개도 언택트 방식으로 이뤄졌다. 삼성·LG전자, 애플 등은 온라인 채널에서만 폴더블폰을 비롯해 새로운 전략 스마트폰을 소개했다. 현대·기아차와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 벤틀리모터스코리아 등 자동차 업체들도 온라인에서 신차를 첫 선보였다. 코로나19 확산우려에 다수가 모이는 오프라인 행사가 제한되자, 온라인에서 대안을 찾는 셈이다.

아쉬운 건 소통의 부재다.

최근 일부 기업들은 유튜브 채널에서 신제품을 소개하는 온라인 쇼케이스에서 채팅을 금지했다. 수십여분간 진행된 쇼케이스에선 기업들이 제작한 영상만 일방적으로 전달됐고, 시청자들은 몇 명이 같이 행사를 보고 있는 지 정도만 알 수 있었다. 쇼케이스를 보면서 제품의 디자인, 기능과 브랜드에 대한 생각을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수단이 막힌 것이다.

물론 업체들이 이 같은 조치는 나름 이해가는 부분이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행사에서 익명의 참가자가 비방, 욕설 등을 할 경우 대처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실제 올해 중순 코로나19 확산방치 차원에서 시행된 중학교 온라인 수업에선 익명의 학생이 교사에게 외모비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불특정 다수가 참가하는 쇼케이스에선 더욱 통제가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못 담굴까. 부작용이 겁난다고 소통을 막아선 안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온라인 쇼케이스를 진행한다면 광고영상을 일방적으로 방영하는 것에 불과하다. 위기는 곧 기회기도 하다. 비방 또는 욕설이 두려워 채팅을 막는다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생한 반응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날리는 셈이다.

포스트 코로나시대에 비대면 소통의 중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다. 기업들이 새로운 환경에서 소비자들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신뢰를 쌓길 바란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