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고맙습니다”
[e-런저런] “고맙습니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10.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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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 길을 못 찾아 약속 장소에 늦는 적이 있다.

명동에 있는 음식 장소를 못 찾고 헤매다 을지로까지 가버린 일, 논현동에 있는 음식 장소를 못 찾고 강남역까지 가버린 일, 용인을 가는 중 길을 잘못 들어 다시 사당역으로 돌아간 일 등은 기억에 꼽히는 사례 중 하나다.

약도나 내비게이션을 보고도 엉뚱한 곳으로 들어서는 일을 겪을 때면 세상 이런 ‘길치’도 없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최근 기자는 이러한 일을 또 겪고야 말았다. 그것도 꽤 중요한 약속에서 말이다.

약속 전날 약도를 확인하고 몇 시쯤 집에서 출발할 것인지를 가늠했다. 그리고 미리 본 약도에서 찾아가기 쉽지 않겠다는 것을 직감한 탓에 약속 당일 일찍 집을 나섰다.

그러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약속 장소는 전철역에서 470m가량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전철역을 나와 약도를 보고 가는 데도 이 길로 가는 게 맞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약도에서 보이는 수 개의 골목길과 도로, 음식점 등은 상황을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결국 중간에서 방향을 잃고야 말았다. 마음은 급한데 약도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식은땀이 나던 그때 마침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A씨가 눈에 들어왔다. 이에 도움을 요청해보기로 했다.

다가가 “혹시 ㅇㅇㅇ가 어딘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켜고 ㅇㅇㅇ를 검색한 후 펼쳐진 약도를 보며 “이쪽이네요”라고 하며 몸을 뒤로 돌렸다. 그리곤 “일단 이쪽으로 쭉 가야해요”라며 동행을 자처했다. 그렇게 같이 50m 정도를 간 것 같다.

“아, 제가 이 지역은 처음이라 잘 몰라서요”라고 하니 그는 “그럴 수 있어요. 이곳이 길이 좀 많죠”라며 웃어 보였다. 길의 끝자락에서 그는 다시 몸을 왼쪽으로 틀며 “이제 여기서 좀 올라가면 그 건물이 보일 거예요”라며 사라졌다.

기자는 너무 고마워 45도로 몸을 굽히며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했다. 그의 말대로 좌회전 후 열 걸음 정도 오르니 약속 장소 간판이 떡 하니 보였다. 덕분에 약속 장소에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해봤다. ‘A씨를 만나지 못했다면 그날 하루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나라면 그렇게 적극적으로 길을 안내할 수 있었을까’하는 것들이다.

누군가의 작은 손길이 누군가에게는 큰 동아줄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 “고맙습니다…” 진심이었던 그때를 다시금 떠올리며 이런 인사를 듣는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더해본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