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전산장애에 개미 '발 동동'…법적 보상기준 마련해야
증권사 전산장애에 개미 '발 동동'…법적 보상기준 마련해야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10.19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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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들어 증권사 전산사고 20건·보상금 72억원 달해
전문가 "손해액 판단 근거·손실 증명책임 기준 필요"
국내 주요 증권사 전산 장애 피해보상액(단위: 천원). (자료= 홍성국 의원실)
국내 주요 증권사 전산 장애 피해보상액(단위: 천원). (자료=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올해 주식시장에 대거 유입된 '동학 개미'의 영향으로 증권사 전산 장애가 급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향후 증권사들의 비대면 거래가 더욱 늘어난다면 이같은 소비자들의 불편함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피해 보상 체계가 법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중순까지 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 등을 포함한 국내 10개 주요 증권사에서는 모두 20건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14건보다 약 42%가 증가한 수준이다. 이들 증권사가 시스템 전산 장애로 고객에게 지급한 보상금은 72억원에 달했다.

이처럼 증권사들의 전산 장애가 폭증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을 위한 피해 보상은 지지부진한 수준이다. 현행법상으로 투자자들의 손해액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미비하고, 갑작스러운 거래 중지로 인한 피해를 보상받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적극적으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분쟁조정센터에 따르면, 증권사 전산 장애로 인한 손해배상은 민법상 당연히 예상되는 손해인 '통상손해'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전산 장애로 인해 체결되지 못한 주문가격에 수량을 곱한 가격과 전산 장애 복구 이후 실제 매매하기 위해 지불된 가격에 수량을 곱한 가격의 차이가 손해배상금액으로 산정된다. 

그러나 만약 장애가 복구된 이후에도 주식을 매도하고 있지 않다가 손해가 확대됐다면 이는 특별 손해로 보상받을 수 없고, 전산 장애 당시 매수를 한 경우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이익 역시 이 같은 특별 손해에 해당돼 보상받기가 어렵다. 

윤민섭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증권사 HTS나 MTS 전산 장애로 인해 투자자들이 받을 수 있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별도의 법적 조문이 없고, 감독 당국의 권고사항만이 마련돼 있다"며 "이런 문제로 발생할 수 있을 피해에 대해서 명확한 피해자 보상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보상 권고 외에 법적인 부분은 국회의 몫이라며 공을 넘겼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증권사 전산장애와 관련한 당국 차원의 보상 권고 기준이 있다"며 "입법화와 관련된 부분은 국회에 문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손실피해에 대한 증명책임이 피해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도 문제란 지적이다. 

현재 보상기준에 따르면, 증권사 전산 장애로 인해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거래를 하지 못하는 경우 고객센터에 전화하거나 오프라인 지점을 찾는 등 대체수단을 활용해 주문종류와 종목, 수량, 가격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장애 발생 시 주문 폭주로 인해 전화주문 자체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증권사들은 '비상 주문 시 주문 폭주로 인한 체결지연은 주문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보상 조건에 명시하고 있어 소비자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전산 장애가 발생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투자자가 프로그램 로그 기록이나 전화 주문 기록 등을 하나하나 남기고, 모든 조건을 갖춰 민원을 제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금융당국에서 먼저 이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공개하고 분쟁 조정사례를 정교하게 검토한 후, 국회 차원에서 손해배상 청구권과 증명책임, 집단소송과 관련해 세밀한 법적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사 전산장애로 인한 소비자 피해 사례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이에 대한 보상 기준을 명확히 법제화하기란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전산 장애 피해자에 대한 사례와 손해배상 기준이 각 증권사마다 다르고, 민간 시장의 영역이다보니 이에 대한 법제화가 타당하냐, 타당하지 않냐에 대한 의견도 갈리고 있다"며 "대책이나 향후 과제같은 경우는 이번 국감 이후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