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의 교훈과 시사점
[기고 칼럼] 울산 주상복합아파트 화재의 교훈과 시사점
  • 신아일보
  • 승인 2020.10.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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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렵고 힘든 가운데 지난 8일 오후 11시 7분께 울산에서 발생한 33층의 대형 주상복합아파트 삼환아르누보 화재는 12층 에어컨 실외기에서 시작되어 초속 30m 안팎의 강한 바람을 타고 33층 건물 전체로 삽시간에 번져 무려 15시간 40여분에 만에야 진화되고 안타깝게 중상자 3명을 포함해 총 93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국민들이 경악하기에 충분했지만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소방과 입주민들의 침착하고 유연한 선제적 대응으로 많은 교훈과 시사점을 주고 있다.

우선 급속한 화재 확산의 원인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외장재인 알루미늄 복합패널과 강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빌딩풍(Building wind)을 들 수 있다. 2017년 6월 14일 발생한 런던의 그렌펠 타워 화재(Grenfell Tower Fire)와 2010년 10월 1일 발생한 부산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2015년 1월 10일 발생한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이후 건물외장 마감재 관련 규정은 계속 강화해왔지만 삼환아르누보 건물은 2009년에 준공되었고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외장을 마감했다.  

알루미늄 복합패널은 0.5mm 정도의 얇은 알루미늄 코일(coil) 두 장 사이에 3mm 정도의 심재(합성수지)를 넣고 접착제로 붙인 다음 불소수지도료로 코팅 마감 처리한 알루미늄 샌드위치 구조로 두께 4mm 정도(0.5mm + 3.0mm + 0.5mm = 4.0mm)의 가볍고 견고할 뿐만 아니라 절단, 접합, 굽힘, 라운딩 등 우수한 가공성과 심재를 폴리에틸렌이나 P.V.C 등으로 채운 다음 진공 처리하여 뛰어난 단열성, 흡음성, 방음성 그리고 균일한 색상과 다양한 표현유지를 자랑하고, 특히 초경량으로 현대 고층건물에서 외장재로 많이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건축 기술적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화재 안전측면에서 참으로 위험한 건축자재가 아닐 수 없다. 알루미늄의 녹는 온도는 660℃로 화재 시 패널 외부의 알루미늄을 용융시켜 내부에 인화성이 강한 폴리에틸렌(PE)수지와 가연성이 높은 접착제에 쉽게 착화되어 빠르게 상부로 연소 확대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복합 패널 내부 단열재가 연소되면서 공간이 형성되고, 이 공간이 굴뚝효과(Chimney effect)를 유발하면서 불길이 급속히 위로 확산되는 불쏘시개와 풀무(bellows) 역할을 했다.

때마침 14호 태풍 ‘찬홈’의 영향으로 화재 당시 울산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로 밤새 분 강한 바람 탓에 주상복합건물의 외벽을 타고 불길이 빠르게 번졌고, 초속 30m 안팎의 바람은 불씨를 곳곳으로 날려 보냈으며 건물 내외부의 온도차이로 인해서 생기는 밀도차가 생기고 건물 높이에 따라서 각 층의 압력차가 심하게 발생하게 된다. 건축물 사이의 연돌효과(stack effect)가 영향을 미침으로써 화재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무엇보다도 고층빌딩이 들어서면 상공에서는 바람이 일정 방향으로 불어도 아래쪽에서는 바람이 빌딩의 주위에서 소용돌이치고 급강하하거나 풍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지는 현상을 빌딩풍(Building wind)이라 하는데 좁은 협곡에서 바람이 불 때 나타나는 지형효과인 벤츄리 효과(Venturi effect)처럼 빌딩풍(Building wind)의 영향이 컸다.

화재 초기에 스프링클러 작동으로 옥상 물탱크의 물을 다 써버린 뒤 멈추는 등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소방 헬리콥터는 야간인데다 강풍으로 기상에 맞춰 띄울 수밖에 없었으며, 특히 이날 화재는 꺼질듯 하다가도 또다시 불씨가 살아나 진화에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판과 판 사이를 실리콘 같은 수지로 접착하는 알루미늄 복합패널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상황이 계속하여 발생했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천만다행으로 사망자 1명도 없이 현장대응을 한 것은 1차 출동대의 대피방송 및 대피유도와 인명구조 활동, 입주민들이 소방관을 믿고 적극 협조한 것이며, 울산소방본부의 신속한 대응 2단계 발령 및 초기 소방력 집중 투입으로 진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 2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고, 부산, 대구, 경북, 경남 등 인근 시·도 소방본부 특수장비 출동을 명령하여 여러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선제적으로 대비한 소방청의 빠른 판단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2015년 이전에 지은 초고층 건물에는 건물외장 마감재 관련 강화규정을 소급 적용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법으로 안전을 강화할 수 없는 만큼 이번 기회에 전국에 같은 공법으로 지어진 주상복합건물 등 초고층 건물의 안전관리에 철저히 했으면 한다. 더불어 울산에는 70m급 고가사다리차가 단 1대도 없다. 대도시에 초고층 건물들이 급증하고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만큼 23층 건물 높이까지 올라가 불을 끌 수 있는 70m이상 고가사다리차를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 전국적으로도 70m급 고가사다리차는 10대에 불과하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후 소방력 운영 및 작전 지휘가 효율적으로 강화된 만큼 소방장비 확충도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서둘렀으면 한다. 또한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와 조속한 회복을 기원드리며 이재민들이 더 추어지기 전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길 바란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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