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주상복합 화재 피해주민에 호텔숙식비 지원이 웬말?
[e-런저런] 주상복합 화재 피해주민에 호텔숙식비 지원이 웬말?
  • 신아일보
  • 승인 2020.10.1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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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로 인해 2박3일의 황금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늦은 밤, 울산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울산시 남구 달동에 위치한 33층짜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날 울산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고 초속 10m가 넘는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무려 14시간 이상 큰 불길이 이어졌다. 이 불로 사망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울산시는 피해주민들을 위해 하루 6만원의 호텔 숙박비와 한끼당 8000원씩 식사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하루아침에 갈 곳 없어진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보통의 이재민이 발생했을 경우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강당이나 체육관 등의 임시대피소로 사용하기 마련인데, 자연재해도 아닌 화재 피해에 자치단체가 세금을 투입해 2인 1실 사용가능한 호텔을 지원했기에 과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송철호 울산시장의 기자회견에서도 비슷한 온도의 질문이 나왔다. 10일 진행된 화재 관련 기자회견에서 여론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송 시장은 “그런 여론의 지적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공교롭게도 이번 화재 피해는 코로나19를 예방하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해야 하는 재난 상황과 겹쳤다. 체육관 등지에서 어울려서 생활할 때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 전파 등 사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코로나19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벌써 10개월째 기나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 와중에 긴 장마와 태풍으로 수해피해를 입기도 했다.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었던 그 시민들에게 비슷한 지원이 이뤄졌냐며 항의하는 댓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자연재해도 아닌 화재에 자치단체의 ‘긴급한 혈세투입’은 아쉬움 남기는 대목이다. 나라빚이 사상 최대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모든 일에 혈세를 투입한다면 나라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울산에는 70m짜리 사다리차가 없어 더욱 지연됐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결국 70m짜리 사다리차는 부산에서 지원받아 추후에 투입됐다. 고층아파트는 점점 늘어나는데 전국에 고작 10대 뿐이라는 점에서 크게 아쉬움을 남긴다. 

수급자나 장애인들이 모여사는 영구임대아파트의 화재가 아니었다. 그 지역에서는 꽤나 고가인 아파트에서 난 화재였다. 지자체의 혈세가 피해주민 호텔숙식비용이 아닌 사다리차 구입이나 쉴곳이 없어 길바닥에 누워 쉬던 소방관들을 위해 투입됐다면 여론이 이렇게 싸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