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⑬ - 사회의 변화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⑬ - 사회의 변화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 신아일보
  • 승인 2020.10.1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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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이전에 서술한 바와 같이, 자녀의 가치 하락에 따른 수요의 감소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다. 사회의 변화가 자녀의 가치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자.

식량: 인간이 탄생한 수백만년 전부터 식량은 항상 매우 부족했다. 이러한 식량은 1910년경부터 빠르게 증가해 점점 풍부해지고 있다. 양도 많아질 뿐만 아니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어디에나 먹을 것이 있고 간편식도 많아져 손쉽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와 같이 먹을 것이 풍부해지고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면 자녀의 가치는 하락한다. 노인이 돼서도 먹는 것 때문에 자녀에게 의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성(性): 농경사회에서는 15세 전후에 결혼하고 평생을 부부가 함께 살았다. 만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친인척으로 매우 제한돼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30세가 넘어서 결혼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배우자 이외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매우 많아졌다. 이것은 결혼의 가치와 배우자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주택: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난방을 하고, 해마다 지붕과 구들을 수리해야 했던 가옥에서는 노후에는 자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편리한 주택에서 보일러로 손쉽게 난방 한다. 주택을 수리하는 일도 거의 없다. 이러한 편리한 주택은 자녀의 가치를 하락시킨다.

경제적 안전: 소득이 높을수록 혼자서도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자녀의 가치는 하락한다. 연금이 강화될수록 자녀에 대한 의존도가 하락하기 때문에 자녀의 가치는 하락한다. 복지가 강화될수록 자녀에 대한 의존도가 하락해 자녀의 가치는 하락한다. 세금이 많아질수록 자녀의 가치는 하락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출산율이 더욱 빠르게 하락했는데, 이것은 세금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노후대책: 농경사회에서는 아들이 장성해 농사를 지어 부모를 부양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자녀가 많은 돈을 벌어도 부모를 부양하는 경우는 드물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지 않을수록 자녀의 가치는 하락한다.

도시화: 우리나라는 1900년대 이후 꾸준히 도시화가 진행돼 현재는 90%를 넘어섰다. 도시에서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밤에도 활동할 수 있어 가족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감소한다. 도시화는 가족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의료체계: 과거 농경시대에는 질병이 있는 경우, 가족이 비용과 간병을 전담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비용의 대부분을 건강보험에서 지불하며 가족이 간병하는 경우도 드물다. 특히, 자녀가 비용을 부담하고 간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한 의료체계의 변화로 자녀의 가치는 크게 하락했다.

이 밖에도 세계화, 업무의 복잡성과 강도의 증가, 긴 교육기간, 결혼 연령의 상승 등도 결혼의 가치와 자녀의 가치를 떨어뜨렸다.

자녀의 가치를 높이는 변화도 있다. 최근 최저임금이 빠르게 인상돼 직원을 내보내고 자녀가 부모의 일손을 돕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 경우 자녀의 가치는 상승한다. 이와 같이 자녀의 가치가 상승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의 변화는 자녀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 사회와 정부가 저출산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출산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녀의 가치를 올리는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 인간은 자녀의 가치가 상승해 자녀가 필요해야 아이를 낳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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