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초연결 시대 지역방송의 비즈니스 
[기고 칼럼] 초연결 시대 지역방송의 비즈니스 
  • 신아일보
  • 승인 2020.10.06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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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 연구원(실장) 
 

지역방송은 공영방송인 KBS 지역국 외에는 지역에 기반을 두고 방송사업을 영위하는 민간 방송사업자다. 그런데 정책입안자나 지역방송사 모두 지역방송은 곧 지역밀착 방송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적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민간 방송사업자에게 주파수를 이용하는 대가로 공적 책무로서 지역성 구현을 요구하고, 이를 위해 방송통신발전기금 등을 통해 제작비 등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방송사들도 방송시간 대부분을 중앙지상파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최소한의 지역 콘텐츠를 제작·편성하는 방식으로 경영하고 있다. 직할국(KBS), 계열사(MBC), 협력사(지역민방) 등 형식적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재원이나 프로그램 공급 등에 있어서 중앙지상파 중심의 수직적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제 지역방송사 스스로 ‘로컬 비즈니스’를 어떻게 성공시킬 것인지 고민할 때가 왔다. 정부 지원을 통해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OTT 등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의 포지셔닝 구축을 위한 비즈니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물론, 지역방송의 비즈니스 환경은 척박하다. 생산과 소비 모든 측면에서 독자적인 생태계로 발전할 만큼의 규모가 아니다. 지난해 기타사업매출 비중이 평균 24.6%(지역MBC 15.3%, 지역민방 31.8%)에 달할 정도로 방송사업 외에 지역축제나 카페 운영 등에 의존하고 있다. 중앙지상파가 평균 2.4%인 것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지역민들의 관심도 지역이 아니라 전국 또는 중앙에 있다. 국지적 재난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전국적인 의제가 곧 지역민의 의제다. 그런데 지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일 수 있다. 여행, 사업 또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거주지 외의 지역에 관한 정보를 검색한다. 이런 관심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각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맥락에서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L2L(Local to Local) 모델’의 도입을 제안한다. 중앙지상파가 각 지역의 일을 상세하게 보도하거나 지역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방송구역을 나눠 지역밀착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초연결 시대에 지역방송을 지역에만 가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지역을 기반으로 국내외 다른 여러 지역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지역방송의 방송구역 내 시청자만을 대상으로는, 아무리 광역화를 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출 만큼의 적극적인 투자가 어렵다. 지난해 지역MBC 16개사는 평균 111억원, 지역민방 10개사는 평균 167억원을 프로그램 제작비로 지출했다. 반면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비는 3000억 규모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글로벌 OTT의 과감한 투자는 글로벌 시장을 고려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당장 글로벌 OTT 수준의 투자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숏폼(short form) 콘텐츠, OTT 등 다양한 포맷과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지역방송을 지역에만 가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방송은 지역광고주의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지역의 골목상권과 함께 글로컬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내외 다른 지역방송사와 공동제작 등 다양한 협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지역방송에 요구되는 진정한 지역성 구현이 아닐까.

정부도 지역방송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시장 여건을 만들어 주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에 따라 3년에 한 번씩 지역방송발전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말 제3차 지원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역방송이 초연결 시대의 지역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역 비즈니스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지원계획이 담기길 바란다. 

/김유석 오픈루트 디지털가치실 연구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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