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시 떠오른 '공안 정국'
[기자수첩] 다시 떠오른 '공안 정국'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10.06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재인 후보를 안 찍으면 뭇매를 맞을 것 같은 시절이 있었다.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당 시절 같은 조작이나 관여는 없었겠지만, 주변 환경과 분위기가 그랬다.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습니다. 때로는 광화문 광장에서 대토론회를 열겠습니다. 광화문 시대 대통령이 돼 국민과 가까운 곳에 있겠습니다." 다른 역대 대통령과 달리 광화문을 그렇게나 강조하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소통 또한 공언했다.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같이 말했지만 신종 역병을 명분으로 문 대통령의 '공안 정치' 면모가 드러났다. 이번 광화문 차벽은 역대 대통령의 '산성'을 연상케 했고, 쉽게 믿어지지도 않았다.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불거진 '공안 정국'은 집권세력이나 정부가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을 위해 사회질서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한 것처럼 과장해 조성한 보수적 국면의 정치를 말한다. 진보 세력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자행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명사였지만 이젠 보수 입을 막는 수단으로 변모했다.

당초 사법부는 경찰의 옥외집회 금지 처분에 대해 집행정지를 결정하면서 9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사전에 집회 참가자 목록을 경찰에 제출하고, 명단이 참가자와 동일한지 경찰 확인을 거치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집회를 열 수 있도록 했다. 지난 8월 광복절 집회처럼 코로나19 확산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결과다.

하지만 방역을 위해 차량에 탑승한 채 집회를 진행하겠다는 일부 극우단체의 방침까지 철저히 통제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탄압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방역'을 근거로 총 4km에 달하는 경찰버스 성벽을 쌓고 지나는 일반 시민을 검문하며 통제할 때 놀이공원과 전국 곳곳 유원지는 인파가 몰렸다. 광화문만 유독 검문이 까다로웠다는 것은 의구심을 부를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특히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연휴 기간 이동 자제'를 권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 경상남도 봉하마을을 찾았다. 현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소통의 부재가 역대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과거 정부와 전혀 다를 게 없는 문 대통령 방식의 차벽 산성이었다. 정권의 이분법 논리가 어떤 말로를 가져올까. 정국 혼란이 우려된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