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롭게 공연 즐기고 자고"… 野 거물들, 일제히 문 대통령 질타
"한가롭게 공연 즐기고 자고"… 野 거물들, 일제히 문 대통령 질타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2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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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 처참히 피살됐는데 종전선언·평화 거론"
홍준표 "박근혜 7시간 공격하더니… 이틀 동안 뭐했나"
유승민 "북에 아부하느라 자국민 보호 못해… 왜 존재"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경기 김포시 민간 온라인 공연장인 캠프원에서 열린 디지털뉴딜문화콘텐츠산업 전략보고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어업지도공무원 북한 피살을 두고 야권 거물급 인사 일부가 문재인 대통령 행보에도 강력한 비판을 쏟고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광역자치단체장 조찬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한민국 국민이 처참하게 죽었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헌법상 책무를 지닌 대통령은 종전 선언 협력과 평화만 거론했다"며 "국민은 분노와 슬픔에 빠졌는데, 한가롭게 아카펠라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맞는지 기가차고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어업지도공무원 A 씨는 지난 2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게 총을 맞았고, 북측은 시신을 불에 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 보도가 있던 지난 24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다만 경기도 김포시 '디지털 뉴딜(대공황 극복 정책)' 관련 행사에 참석해 아카펠라 공연을 관람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이번 피살 사건은 과거 박왕자 씨 사건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성격의 사건"이라며 "(북한) 경계병의 우발적 발포가 아닌 상부 지시에 따리 이뤄진 계획 살인이다. 또 박 씨 사건의 경우 당시 정부가 손쓸 방법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충분히 살릴 여유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사건 발생 사흘이 지난 24일 뒤늦게 사건을 공개하고 입장을 발표해 국민에게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며 "대통령은 (피살 사건 관련) 구두보고를 받고도 구출지시를 안 내렸다. 두 아이를 둔 가장이 살해당하고 불타는 6시간을 바라만 봤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실체를 제대로 못 밝힌다면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은 또다시 위태로워질지 모르겠다"며 "문 대통령은 오늘 이 사태에 대한 진실을 티끌만큼의 숨김도 없이 국민에게 밝혀야한다. 지난 20일부터 사흘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초 단위로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또 "(정부는) 국민을 죽음으로 내몬 무능과 무책임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며 "더이상 말로만 비판하지 말고, 외교적 행동을 취해 북한이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청와대가 문 대통령에게 사건의 심각성을 제때 알리지 않은 건 결국 문 대통령 책임"이라며 "후속 조치를 어떻게 취할지 지켜보겠다"고 전했다.

홍 의원은 "내 나라 국민이 총살을 당하고 시신이 불타 죽임을 당하는 참혹한 사건에 대해 긴급대책을 논의한 9월 23일 오전 1시, 청와대 안보실장 주관 긴급회의에 대통령은 불참하고 관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맞습니까"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7시간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까지 몰고간 사람들이 이번 문 대통령의 직무유기를 무슨 말로 궤변을 늘어놓을까"라고 비꼬았다. 홍 의원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세월호 사건 때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 공격했는데, 문 대통령은 이틀 넘는 시간 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홍 의원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박 씨 피살사건 때는 금강산 관광 중단을 했고, 천안함 장병 피살사건 때는 5.24 대북 봉쇄조치를 했다"며 "이번에 문 대통령이 무슨 대북 조치를 하는지 한 번 지켜보자"라고 부각했다.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 의원도 SNS를 통해 "지금 한가하게 종전선언이나 평화 타령을 할 때가 아니다"고 문 대통령을 질타했다.

유 전 의원은 "우리 국민이 총살당하고 시신이 훼손된 시각에 국군이 지켜보기만 했다는 사실은 군의 존재 이유를 의심케 한다"며 "군이 이렇게 된 것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군통수의 자격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서해에서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유린한 직후 대통령은 유엔연설에서 종전선언을 말했고, 대면보고를 받은 직후에도 군 진급 신고식에서는 평화를 얘기했다"며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짓밟아도 문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종전선언과 평화라는 말뿐"이라고 전했다.

또 "청와대가 이 사건의 첩보를 입수한 지 43시간 만에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용납될 수 없다'는 말이 나온 건 뒤늦게 국민의 눈치를 보고 립서비스(아첨)를 한 것에 불과하다"며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법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국군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고 피력했다.

유 전 의원은 "대통령은 이번 참사에 대해 북한을 응징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북한 눈치를 살피고 아부하느라 자기 국민을 보호하지도 못한다면 국가와 대통령은 왜 존재하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파장을 일으킬지 정치권은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야권을 중심으로 이번 사건에 대한 정부와 청와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를 여부가 새 국면으로 떠올랐다. 

특히 A씨 총격 사살과 시신 훼손 첩보가 입수된 뒤로 문 대통령에게 보고되기까지 10시간이나 걸렸고, 이를 국민에게 발표한 것은 첩보 입수 후 34시간이나 걸렸다는 게 주요 비판 지점이다. 

25일 청와대와 국방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 22일 오후 6시 36분 첫 서면보고를 받았다.

'서해 어업관리단 직원이 해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해서 수색 중이고, 북측이 그 실종자를 해상에서 발견했다'는 내용의 첩보가 서면으로 보고됐다. 군 당국이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선박이 실종자를 발견한 정황을 입수한 지 약 3시간 만이다. 

서면보고 4시간 뒤인 밤 10시 30분쯤 청와대는 '북한이 월북 의사를 밝힌 실종자를 사살한 후 시신을 불태웠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후 23일 오전 1시부터 2시 30분까지 청와대에서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서욱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회의가 열렸다. A씨의 피살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기 위해서다.

이어 23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 서 실장과 노 실장이 새벽 회의에서 정리한 첩보 내용을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했다. 첫 대면 보고이자,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살해됐다는 내용을 처음 보고받은 자리였다. 해당 첩보가 입수된 지 10시간만에 보고를 받은 셈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북에도 확인하라. 만약 첩보가 사실로 밝혀지면 국민이 분노할 일"이라며 "사실관계를 파악해서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알리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23일 오후 4시 35분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A씨 피격 사망 등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하는 통지문을 보냈으나 북한은 답이 없었다. 그리고 이날 밤 10시 50분 실종 공무원의 피격 사실을 전하는 첫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튿날인 24일 오전 8시 다시 열린 관계장관회의에서 국방부는 사건 분석결과를 보고했고, 오전 9시 서 실장과 노 실장은 문 대통령에게 분석결과를 보고했다. 두번째 대면 보고다.

문 대통령은 이 첩보의 신빙성에 대해 다시 물었고, 두 실장은 "신빙성이 높다"고 답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NSC 상임위를 소집해 정부 입장을 정리하라"라며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을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발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24일 오전 11시쯤 국방부에서 이번 사건을 공식 발표했다. 피격 사망 첩보가 입수된 뒤로 34시간 가량이 흐른 후였다. 

전날 국회 국방위는 전체회의에서 이같은 대통령 보고 지체와 공식 발표 지연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서 장관은 그럼에도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여러 출처의 조각을 모아 정보화시키는 작업을 하는 과정 중에 (사건 경위가) 식별됐다. 정보가 정말 사실인지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23일 오전 1시 26분부터 방송한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화상 연설에서의 '종전선언' 제안과도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지만, 청와대는 "이미 15일에 녹화해 18일에 유엔에 발송한 연설"이라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유엔연설이 방송 중일 때에는 해당 첩보의 신빙성을 분석하는 관계장관 회의가 열리고 있었기 때문에 "신빙성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엔 연설을 수정하거나 하는 판단을 할 수 없었다"는 게 청와대 주장이다.

(그래픽=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신아일보] 석대성 기자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