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계대출과 코로나 양극화
[기자수첩] 가계대출과 코로나 양극화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9.24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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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행권에서는 전례 없는 신용대출 폭증세가 나타났다. 우선, 가계대출은 11조8000억원 가량 늘었다. 7월보다 4조2000억원, 전년 동월 대비 4조4000억원이 확대한 규모다.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지난 3월에도 10조원대에 미치지 못했는데, 전염병 사태가 장기화하고,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나온 뒤, 일련의 현상처럼 신기록을 수립했다. 

지난달 은행권 기타대출은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5조7000억원 증가했는데, 통계 작성이래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리고 이달 들어 시중 5대은행의 신용대출은 10일간 1조1500억원 가량 또 불어났다. 지난달 5개 은행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4조원 넘게 풀렸었다. 이 우려가 나온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은행에서는 주택·주식·생계자금 수요일 수도 있고, 금리가 쌀 때 부담 없이 챙겨두자는  수요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은행에서 사실상 신용대출 자금 용도를 파악할 길은 없다고 한다. 어쨌든 고신용·고소득자의 자금 조달 사정은 비교적 순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성 서민금융상품 공급 실적은 소폭 감소했다.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은 여러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햇살론과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새희망홀씨 대출이다. 흔히 4대 서민금융상품으로 불린다. 이들 상품은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2010년 사이 자금 수요가 절실한 금융소외 계층에 대하 정책적 배려로 등장했다. 제도권에서 낮은 신용등급을 가진 대출자가 받을 수 있는 금보다 낮은 수준의 금리를 제공한다.

은행 15곳의 올해 상반기 새마을홀씨 대출 공급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가량 줄었다. 올해 이전까지 공급 규모는 2015년 이후부터 계속 증가세였다. 평균금리는 연 6%대 이하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부 자금이 1.5% 초저금리 대출로 풀린 점 등이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새희망홀씨는 최대 한도가 3000만원으로, 올해 상반기 수혜자 11만1844명에 생계자금이 지원됐다. 이 중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 또는 연소득 3000만원인 차주가 91.8%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정책성 서민금융상품에 대해 꾸준히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한다. 가장 주요한 원인은 '차주의 상환능력'에 대한 우려다. 새희망홀씨는 유일하게 정부의 보증 없이 은행이 자율적으로 운용하는 구조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곳곳에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자영업자 매출은 감소했고, 고용사정은 더 악화됐다. 정부의 각종 금융 지원 조치에 민간으로 신용공급이 원활하게 되고 있지만 한쪽으로만 쏠리는 느낌이다. 

수혜주는 '언택트'를 기준으로, 수혜자는 '영끌'과 '빚투'를 기준으로 나눠지고 있다. 이렇게 가다 보면 코로나 디바이드(양극화)라는 단어가 정점에 있을 듯하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