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곳 중 4곳 "임단협 교섭, 작년보다 어려워"
대기업 10곳 중 4곳 "임단협 교섭, 작년보다 어려워"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9.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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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작년보다 낮을 것"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올해 국내 대기업 10곳 중 4곳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작년보다 수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21일 ‘2020년 주요 대기업 단체교섭 현황과 노동현안’을 발표하고, 임단협 교섭 과정을 묻는 설문에서 응답기업 중 37.5%가 ‘지난해보다 어렵다’는 답을 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지난해보다 원만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15.0%에 그쳤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올해 임금협상을 끝낸 46개사의 임금인상률(호봉승급분을 반영한 기본임금 인상률)은 평균 1.9%다.

또,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은 노동조합의 요구안과 최종 타결된 인상률 모두 지난해와 비교해 낮았다.

임금협상을 진행 또는 완료한 86개사의 노동조합이 요구한 인상률은 평균 4.4%로, 지난해 6.3% 대비 1.9%포인트(p) 하락했다.

임금협상을 완료한 46개사에서 최종 타결된 임금인상률은 평균 1.9%로, 지난해 3.1% 대비 1.2%p 낮았다.

이와 관련해 올해 경영실적 전망을 묻는 설문에선 ‘지난해보다 악화’로 응답한 기업이 54.1%로, ‘지난해보다 개선됐다’고 응답한 21.7% 대비 2.5배에 달했다. ‘지난해와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24.2%다.

한경연 관계자는 “올해 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안과 최종 타결 수준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올해 대기업의 단체협약에는 인사·경영권 관련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협약의 주요 사항은 조합원 인사이동, 징계, 정리해고 등 인사 조치와 관련한 노조 합의 요구(15.0%), 인사·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12.5%), 노조 운영비 지원 요구(10.8%) 등 순이었다.

올해 주요 대기업의 임단협에서 임금·복지 분야 쟁점 사항은 기본급 인상(66.7%), 복리후생 확대(58.3%), 성과급 인사(20.8%), 정년 연장(15.8%) 등으로 조사됐다.

주요 대기업들은 노동 현안 중 기업 활동에 영향을 주는 쟁점으로 근로시간 단축(60.0%), 최저임금 인상(47.5%) 등을 꼽았다.

대기업들은 유연근로제 확대를 위한 과제로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 연장·도입절차 개선(68.3%), 긴급 상황 시 특별연장근로 자동허용(42.5%),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 연장·도입절차 개선(31.7%),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업무 확대(30.0%) 등을 들었다.

노동법과 관련해서는 1년 미만 근로자 퇴직금보상(50.8%), 상시·지속 업무 정규직 고용의무화(30.8%), 정리해고 요건 강화(29.2%), 해고자·실업자 노조가입 허용(28.3%) 등을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위한 시급한 과제로는 직무급 등 공정한 임금체계 개편(37.5%), 경영상 해고 요건 완화(25.0%), 기간제 근로자 사용기간 확대(21.7%), 파견 허용업종 확대(7.5%),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명문화(7.5%) 등을 꼽았다.

이번 조사는 한경연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월3일부터 9월1일까지 매출액 상위 600대 비금융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이메일), 전화 등을 통해 실시했다. 응답 기업은 120개사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8.01%p다. 응답은 모두 중복응답을 포함한 결과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청년실업은 악화일로지만, 국회와 정부는 고용 경직성을 강화하는 법안만 계속 발의하고 있다”며 “고용의 주체인 기업들의 활력을 키우는 것만이 지금 우려하는 실업대란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