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이 시국에 추캉스가 웬말?
[e-런저런] 이 시국에 추캉스가 웬말?
  • 신아일보
  • 승인 2020.09.2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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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추석은 평년과는 사뭇 다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활개를 치면서 전국 모든 지역이 비상에 걸렸기 때문이다. 급기야 추석을 2~3주 앞두고 지자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고향방문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지역간 이동을 통해 코로나 전파가 더욱 확산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향 방문이 미뤄진 이들이 여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명 추캉스란다. 실제로 추석 연휴 기간에 3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주지사가 특별행정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전국에 유명 호텔이나 리조트의 객실 예약률이 만실에 가까운 수준이라는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일반 펜션의 분위기도 비슷하다. 경기도 가평이나 대부도 등 수도권 유명펜션들은 이미 추석연휴 예약완료를 기록했다. 고향을 안가는 대신 여행을 선택하는 이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여행을 계획했다가 남편과의 다툼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렸다가 뭇매를 맞고 삭제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40대 주부의 이야기다. 강원도 횡성이 시댁인 이 주부는 결혼 15년차 동안 단 한번도 명절에 시댁을 안가본 적이 없다. 아이 둘을 출산했지만 임신 중에도, 출산 후에도 명절에는 시댁을 가는게 불변의 법칙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시부모님이 먼저 연락을 해와 오지 말라고 엄포를 놨다. 동네 분위기가 이미 그렇게 조성됐다는 것이다. 이 주부는 15년만에 처음으로 면제권을 받아 기쁜 마음에 덜컥 제주행 비행기부터 끊었다. 어차피 친정은 같은 동네라 매일 얼굴을 보기 때문에 명절연휴는 늘 시댁에서 시간을 보내왔다. 아이 출산하고 50일 조금 지났을 때가 설날이었는데 그때도 당연하게 오라셨던 시부모님께서 먼저 오지 말라는 전화를 했으니 여간 설레인 모양이다. 설레는 마음을 부여잡고 비행기 예약에 이어 숙소를 예약하고 있는데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카드 사용 내역을 확인한 남편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 상황을 설명하고 올해 연휴는 제주에서 보내자고 웃으며 말을 건넸지만 남편은 불같이 화를 냈다. 부모님께서 오지 말라 했다고 의논도 없이 여행을 계획한 것도 화나지만, 추석연휴 이동제한을 운운하며 조심하자고 연일 뉴스에도 나오고 있는 마당에 제주여행이라니 당췌 아내를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남편의 반응이 서운한 아내는 맘카페에 상세한 상황을 적어 글을 올렸다. 당연히 다른 사람들이 아내 편을 들어줄 것이라 기대했던 아내의 생각과 달리 비난의 댓글이 쇄도했다. 아내는 수백개의 댓글에 반박하는 사연을 구구절절이 올리다가 이 글을 삭제하고 말았다.

비단 이 주부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하늘이 그림같이 푸른 가을날 어디론가 떠나고픈 마음은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때와 장소는 가려야 한다. 지금껏 걸리지 않았기 때문에 코로나 확진자들의 동선을 보고 비난해왔던 모든 이들이 명심해야 할 바로 그것, 당신도 코로나 확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