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국토부
[기자수첩]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우는 국토부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9.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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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정부의 관심사는 한국판 뉴딜이다. 이는 범부처 차원에서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과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선도국가 도약을 위해 추진하는 국가발전전략이다. 그 중 한 축인 디지털 뉴딜의 핵심은 바로 ‘데이터 댐’ 구축이다.

정부는 공공·민간분야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표준화하고, 많은 기업들에게 이 같은 데이터를 개방해 혁신서비스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6월 춘천 ‘데이터 댐’ 방문을 시작으로 매달 현장일정을 소화하며 한국판 뉴딜 성공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토교통부(국토부)의 행보는 디지털 뉴딜을 성공시키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에 물음표를 던진다.

네이버는 지난 17일부터 네이버부동산에서 제공한 ‘거래완료’ 기능을 중단했다. 지난달 21일 시행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과 관련 고시 등이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고시한 ‘부당한 중개대상물 표시, 광고행위의 유형 및 기준’에 따르면 공인중개사가 중개매물의 계약체결 사실을 알고 있어도 지체 없이 표시·광고를 삭제하지 않을 경우 부당한 표시·광고 유형에 해당한다.

그동안 거래가 완료된 매물의 가격을 실제 판매가 보다 높게 적어 표시한 사례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개정안과 고시 등이 시행되면서 이용자들의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실시간으로 거래가격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답답함을 토로한다. 국토부의 실거래가 정보는 약 한달 뒤에 제공된다. 정부가 규제혁신, 데이터 개방 등 디지털 뉴딜로 새로운 도약을 선언한 마당에 기존 서비스마저 제한하는 또 다른 규제가 나타난 셈이다.

물론 허위, 과장 매물을 단속하고 규제하는 건 정부의 역할이다. 그간 부동산 포털에 게재된 허위·과장 매물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꾸준했고, 개정안도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고자 마련됐기 때문이다.

다만 작년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허위 과장매물의 등록을 애초부터 방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또 부동산 매물에 관한 부당한 표시·광고를 금지하고, 이에 대한 유형·기준 등은 국토부 장관이 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까닭에 네이버부동산은 ‘거래완료’ 기능을 유지하되 공인중개사들이 입력한 부동산 거래가격의 수정을 제한하고, 나중에 신고 되는 실거래가와 비교해 단속하는 방식이 도입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입법부의 위임을 받은 국토부가 규제의 벽을 세운 모습이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