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일반 가정집은 1년에 2번 가스검침원의 방문으로 가스점검을 받게 된다. A씨 집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날 A씨는 자리를 비운 사이 검침원이 자신의 집에 들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관문 앞에 붙여진 노란딱지 때문이었다.
지역가스공사에서 발급한 노란딱지에는 “고객님 댁에 안전점검 사유로 방문했으나 부재중으로 실시하지 못했다. 연락주시면 업무처리를 하겠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검침원의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이에 A씨는 검침원에게 바로 전화를 해 가스 점검을 받을 일정을 새로 잡았다. 하지만 점검이 약속된 당일 검침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일정을 깜빡했기 때문이었다.
검침원은 “일정을 잊고 있었다. 죄송하다”며 사과했고 A씨는 “괜찮다”며 추후 일정을 또다시 잡았다. 3주가량 후 마침내 A씨는 검침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검침원은 A씨를 보며 “아이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죄송했다”며 거듭 사과의 말을 건넸다. 그리고는 “고맙다”는 말을 덧붙였다. 뭐가 고마운 것일까.
이렇게 두어 번 정도 일정이 어긋나버리면 보통은 다음 분기에 점검을 한다고 하거나 그냥 연락을 안 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끝까지 검침원에 전화를 해 점검을 받아냈다. 검침원은 A씨의 이런 태도가 매우 좋았고 고마웠다는 것이었다.
검침원은 점검을 마친 뒤 “가스사고가 얼마나 위험한가. 이렇게 내게 연락을 계속 해주고 점검을 받아줘서 고맙다”고 재차 말한 뒤 “안전관리는 누가 대신해주지 않는다. 우리 스스로가 안전을 지켜야 한다. 모두가 그랬으면 좋겠다”며 A씨의 집을 나섰다.
A씨는 그의 열변에 잠시 웃음이 나왔으나 그를 부른 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말을 상기했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염증을 앓고 있는 현 상황을 떠올렸다.
여전히 등등한 코로나19 기세에 국민은 정부에 방역에 힘써달라며 채찍을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안전은 말마따나 그 누가 완벽히 대신 해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정부는 방역의 큰 틀만 잡아줄 뿐 나머지는 개인이 알아서 할 문제다. 결국 개인이 주도적으로 ‘안전’에 경각심을 가질 때야 비로소 ‘안전’이 지켜지는 것이다.
질병과 폭발, 충돌 등 갖가지 사고 위험요소를 차단하는 데는 본인 몫이 클 수밖에 없다. 안전은 알아서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 우리 모두가 이를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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