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모주 광풍,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볼 때
[기자수첩] 공모주 광풍,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볼 때
  • 홍민영 기자
  • 승인 2020.09.0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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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빚까지 내서 주식에 투자하는 게 무모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수익이 나는 모습을 보니깐 안 할 수가 없더라. 오늘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려고 한다."

영혼까지 끌어모은다고 한다. 공모주 투자 말이다. 지난 1~2일 진행된 카카오게임즈의 공모주 청약 평균 경쟁률은 1524.85대 1에 달했다. SK바이오팜 공모주 청약 당시 경쟁률이었던 323.02대 1은 청약 첫날에 이미 넘어섰다. 

하지만 공모주를 받기 위해 뭉칫돈을 넣어도 개인 투자자가 배정받은 물량은 턱없이 적었다.  당시 1억원을 증거금으로 넣은 투자자도 받은 주식은 겨우 5주밖에 되지 않았다. 공모가 2만4000원 기준 약 12만원 어치 주식을 받은 셈이다. 10일 상장된 이후 SK바이오팜처럼 주가가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결정된 후 상장 첫날 상한가)을 기록해봐야 수익은 19만원 정도다. 

이러니 애초 자금이 많지 않은 소액 개미들에게 공모주 투자는 오히려 불리하다. 영혼까지 끌어모은 목돈을 공모주에 묶어둘 바에야 다른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편이 오히려 나은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다. 더군다나 현재는 유동성도 풍부하고 호재성 재료도 많아 투자할만한 종목도 다양하다. 

물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개인 소액 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공모주 청약제도를 손질할 뜻을 내비친 데 따라, 내달 중 상장이 예정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는 개인들이 더 많은 물량을 배정받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다. 

또 카카오게임즈가 투자자들의 기대처럼 '따상'을 기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일단 주가 불안정성을 키울 수 있을 우려가 SK바이오팜 때보다 크다. 의무보유를 확약한 물량이 SK바이오팜 때보다 적기 때문이다. 전체 수요예측 참여 수량 중 의무보유를 약속한 물량은 절반을 조금 넘는 58.6%에 그쳤다. 그마저도 1개월 확약이 50%에 달했고, 가장 긴 6개월 확약은 12.7%에 그쳤다.

반면 SK바이오팜은 전체 수요예측 참여 물량 중 81.2%가 의무보유를 약속했고, 6개월 확약은 가장 많은 50.9%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상장 이후 주가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면, SK바이오팜 때보다 더 많은 매도물량이 곧바로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단 소리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63조원을 돌파하며 또 한 번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이번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몰렸던 증거금이 반환된 이후 증시에 남은 까닭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미 이 자금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공모주 청약에 몰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봐야 한다. 공모주 투자가 개미들의 기대만큼 '대박' 수익률을 내줄지는 미지수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머릿속 계산기로 유불리를 따져봐야 할 때다.

[신아일보] 홍민영 기자

hong9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