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사는 방법
[e-런저런] 부끄럽지 않은 어른으로 사는 방법
  • 신아일보
  • 승인 2020.09.0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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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의 일이다. 하루종일 집에만 갇혀 지내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킥보드라도 태울 생각으로 마스크를 씌우고 현관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5분만 걸어가면 아라뱃길이 드넓게 펼쳐지는데 거리두기 강화 시기에 그마저도 사치라 생각돼 그냥 1층 주차장에서 킥보드를 타게 했다. 

열한살 난 기자의 아들이 말한다. “엄마, 3일만에 밖에 나오니까 너무 좋다”라고…. 그 말 한마디가 어찌나 슬프게 들리는지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다.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을 매일같이 깨닫는 요즘이기에 더욱 가슴이 아파온다. 

누가 그러더라. ‘격변의 2020’이라고…. 근래에 들어서 격변이라는 말을 쓸만한 일은 없었지만 올해는 정말 스펙타클하다. 1월부터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끝날 줄 모르고 계속되면서 아이들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있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가 일상다반사가 됐다. 

이쯤에서 멈췄으면 좋겠건만 아직도 코로나 확진자는 연일 세자리수를 기록하고 있다. 물론 8월말 하루에 300명을 넘었을 때와 비교하면 160명대로 크게 줄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 되고 있다. 거리두기 2.5단계 연장으로 지역경제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음식점과 카페는 물론이고 학원이나 운동시설 등 수많은 업종들이 신음하고 있다. 빠른 회복을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 것인데 아직도 이기심이 하늘을 찌르는 집단들이 넘쳐난다.

강경보수·극우 단체들이 ‘Again 1003’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또 한번의 집회를 예고한 것이다. 허접하기 짝이없는 포스터에 실로 무서운 문구가 눈에 띈다. 바로 ‘핸드폰 off’다.

코로나 확진자들의 치료비 명목으로 수많은 세금이 투입되고 있다. 조심한다고 노력해도 일상생활 가운데 전염되는 확진자들의 치료비를 세금으로 처리하는 것에는 무조건 동의한다. 하지만 저런 이기심이 하늘을 찌르는 집단의 치료비마저 세금으로 감내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보수·진보 세력다툼을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루빨리 코로나로부터 정상화가 되려면 방역당국의 지시에 따라 모임을 자제하고 나부터 조심하는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도 핸드폰까지 끄면서 모임을 강행하려는 저들의 이기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물론 집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집회금지명령이 연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런 발상 자체가 문제다. 나라가 멈췄다. 일상이 올스톱 된지 오래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은 학교는 커녕 집밖에 놀이터도 나갈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핸드폰까지 끄면서 집회에 참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는 것인가? 특히나 집회 참가자 대다수가 고령인데다가 전국 각지에서 모이기 때문에 코로나가 퍼져나가기 쉽다는 것이 광복절 집회 이후 판명됐는데도 또 모이겠다는 심보 자체가 고약하다.

적어도 어른이라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아이들이 하루 빨리 학교나 놀이터로 나갈 수 있도록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는 게 우선 아닐까?

/고아라 편집부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