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혁신과 실험, 기로에 선 LG 윙
[기자수첩] 혁신과 실험, 기로에 선 LG 윙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9.06 10: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가 새로운 폼팩터(형태)를 예고하며 또 다른 시도에 나섰다. 메인화면을 시계방향으로 돌리면 후면부에 4인치 세컨드 화면이 나오는 형태다.

이는 보편적인 스마트폰과 달리 ‘혁신과 도전’을 강조한 라인업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LG전자는 이 같은 제품을 통해 스펙경쟁에서 벗어나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온라인상서 주인공인 LG 윙에 대한 반응은 ‘짠하다’, ‘사업방향이 산으로 간다’ 등 대체로 비판적이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를 접었다 펴는 폴더블폰의 후속작까지 선보인 시점에, LG전자가 다른 방향으로 차별화를 시도한 게 요행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의외로 사용성이 괜찮을 것이란 반응도 일부 나온다. 예를 들면 기존 스마트폰에선 동영상 감상 또는 게임 플레이 중 채팅을 할 경우 키보드 자판이 화면을 가리게 된다.

그러나 LG 윙에선 메인화면을 가로로 놓고 동영상 감상 또는 게임을 하면서 세컨드스크린에 자판을 띄워 채팅이 가능하다.

또 스마트폰을 가로로 잡고 있으면 손목에 부담이 가는데, LG 윙은 구조상 편리하다. LG 윙을 지원하는 앱이 다양하고 기기 완성도, 가격 등만 괜찮다면 ‘혁신’까진 아니라도 독특한 개성을 가진 기기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연모 MC사업본부장도 “우리의 도전이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기대 이상으로 충족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도 안 된 LG 윙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새롭지 않음’이 아니다. 과거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행태 때문이다. 

LG전자는 지난 2016년 모듈형 스마트폰 G5를 선보였다. 스마트폰 하단부에 카메라 확장, 오디오 강화 등의 기기를 추가 장착해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다. 당시 혁신적이라는 찬사를 받았고, LG전자는 다양한 모듈의 출시를 약속했다.

하지만 G5는 초기 반짝 흥행 후 판매량이 급감했고, 추가 모듈 출시도 없던 일이 됐다. 당시 LG전자를 믿고 G5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버림받았다고 토로한다.

같은 맥락으로 LG윙은 LG전자가 화면이 말리는 새로운 폼팩터를 내놓기 전 선보이는 실험적 기기라는 인상이 강하다.

LG 윙이 공개되는 9월14일엔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할 소식도 같이 전해졌으면 한다. LG전자가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소비자들과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