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자체 '외래어 남발' 지적수 5900건… 국민 이해 단어 30% 불과
정부·지자체 '외래어 남발' 지적수 5900건… 국민 이해 단어 30% 불과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9.0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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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재부·산자부·서울시·경기도 등 외래어 남발
국어기본법 위반에도 권고만… 강제성은 없어 '시큰둥'
(자료=김승수 의원실)
(자료=김승수 의원실)

"민간 금융기관의 거버넌스(경영체제)를 강화하겠다. 여기 표를 보면 Three Lines of Defence(3중 방어선)인데… 그리고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의 권한과 이사회 책임은 분명히 해 금융회사가 스스로 금융보안에…"

권대영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기획단장이 지난 7월 디지털금융 종합혁신방안 발표 당시 발언 일부다.

지난 2년간 이해하기 어려운 외래어나 불필요한 로마 문자 사용을 가장 많이 사용한 행정 기관은 금융위원회로 나타났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5개 행정 기관은 최근 2년 동안 외래어 사용으로 문체부로부터 총 5908건의 지적을 받았다. 이번 점검은 2018년 조사로, 2019년에는 점검 인력 부족으로 시행조차 못 했다.

문체부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적한 사안은 국어기본법 14조 1항에 명시한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 규범에 맞춰 한글로 작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위반한 것이다.

중앙정부 부처 중 외래어 사용으로 가장 많은 지적을 받은 부처는 금융위(463건), 기획재정부(442건), 산업통상자원부(434건) 순이다.

금융위는 △IR(기업설명회) △OTP(일회용 비밀번호) △Kicf-off(첫 회의) △캐시리스 사회(무현금 사회) 등의 단어를 남발했다.

기재부는 △어젠다(의제) △액션 플랜(실행계획) △펀더멘털(경제 기반) 등을 사용해 지적을 받았다.

산자부가 사용한 외래어는 △세이프 가드(긴급수입제한) △바잉 오퍼(구매제안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용한 외래어는 △퀸텀 점프(대약진) △액셀러레이팅(창업육성), 중소벤처기업부는 △서밋(정상) △밋업(설명회) △바이어(투자가) 등을 썼다.

지자체도 중앙 부처와 마찬가지로 외래어를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시(1001건), 경기도(573건), 경상남도(543건) 순으로 집계됐다.

서울시는 △K-트래블 버스(한국여행버스) △made in 세운(세운제조) △P2P(개인 간 대출·금융투자) 등을 사용했다.

경기도는 △B2B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G-FAIR(우수상품전시회) △RE&UP(재계약) 등을 사용, 경상남도는 △Post-Business(대안사업) △Governance(관리) △재난안전공모전 당시 'Safe Together 경남(함께 안전 지키기)' 등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생소한 외래어나 약어를 사용하며 국어기본법을 위반하고 있었다.

문체부는 잘못된 국어표현과 국어기본법 위반 사항에 대해 45개 부처에 총 189건의 공문을 발송하며 대체어 사용에 대한 개선 권고를 요청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해당 부처의 반응은 시큰둥 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1~2월 문체부와 한글문화연대가 실시한 '외국어 표현 3500개에 대한 일반 국민 인식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10대~70대, 1만1074명)의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30.8%(1080개)에 불과했다. 같은 조사에서 외국어 표현에 대한 긍정적 인식은 36.1%에 불과했고, 연령대가 높을수록 외국어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김 의원은 "문체부에서 국어기본법 위반을 지적하며 각 부처에 한글 사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다보니 큰 개선점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노랫말의 한글 가사 등을 통해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방탄소년단(BTS)처럼 정부와 지자체는 불필요한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인 한글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