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B금융 회장 후보들이 들어야 할 '목소리'
[기자수첩] KB금융 회장 후보들이 들어야 할 '목소리'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8.31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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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수장들의 임기 만료 시기가 잇따라 다가오면서 새로운 수장이 누가 될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당장 내달에 임기가 끝나고,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허인 국민은행장은 오는 11월에 임기를 마친다.

이 중에도 KB금융 차기 회장 인선이 금융권 이슈의 중심에 있다. 윤종규 현 회장이 3연임을 노리고 있어서인데, 윤 회장은 KB금융 내부인 2명 및 외부인 1명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했다. 

KB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KB금융 회추위)가 선정한 차기 회장 최종 후보군 4명에는 김병호 전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윤종규 회장, 이동철 KB국민카드 대표이사, 허인 국민은행장이 포함됐다.

다들 쟁쟁한 후보지만, 지난 2014년부터 KB금융을 이끌었던 윤 회장의 성과를 돌이켜보면 3연임 가능성이 뜬구름 잡는 소리만은 아니다. 윤 회장은 올해 2분기에도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높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3연임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KB금융그룹 노동조합협의회는 지난 12일 KB금융 계열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윤종규 회장 3연임'에 대한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번 설문 조사에는 KB금융그룹 직원 총 2만7886명 중 7880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79.5%(6246명)가 윤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다.

주된 반대 이유는 '단기 성과 위주 업무강도 심화(32.2%)'와 '직원 존중 및 직원 보상 관련 의식 부족(30.6%)'으로 나타났다. '리딩 금융'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내부 구성원들을 고된 업무환경에 내몰았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윤 회장의 뛰어난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그가 제시한 목표를 따라가기가 고달픈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아 보인다.

KB금융 회추위는 내달 16일 최종 후보자 4명을 대상으로 심층평가를 진행하고,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KB금융지주의 새로운 3년을 이끌어갈 이가 누가될지 모르나, 차기 회장은 이번 인선 과정에서 나온 여러 목소리를 그냥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기업을 이끌면서 괄목할 업무 성과를 쌓는 것만큼이나 조직원 간 융합과 결속을 단단히 하는 것도 리더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있기 때문에 리더도 존재한다. 우리는 항상 리더의 역량에 집중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이룰 수 있는 성과는 없다. 많은 조직원을 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힘. 그것이 진정으로 필요한 리더의 역량 아닐까?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