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법 갈림길 선 '빅밸류'…"감정평가냐 아니냐" 쟁점
혁신·위법 갈림길 선 '빅밸류'…"감정평가냐 아니냐" 쟁점
  • 이지은 기자
  • 승인 2020.08.3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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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평협, '무허가 업체의 명백한 업권 침해' 주장하며 검찰 고발
국토부 "실거래가 통한 통계적 산정일뿐 평가 업무는 아냐"
금융위 "법 다툼 결과 따라 혁신서비스 등 재검토할 수 있어"
빅밸류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자료=빅밸류 홈페이지)
빅밸류 홈페이지 메인 화면. (자료=빅밸류 홈페이지)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연립·다세대 주택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빅밸류'가 혁신과 위법의 갈림길에 섰다. 감정평가업계는 빅밸류가 무허가 상태로 감정평가 업무를 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국토부는 빅밸류 서비스가 실거래가를 통한 통계적 산정일뿐 감정평가가 아니라고 봤지만, 다수 법무법인은 '감정평가법' 위반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빅밸류를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한 금융위는 법 다툼 결과에 따라 관련 사안을 다시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 감정평가업계·스타트업 충돌

31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이하 감평협)에 따르면, 감평협은 지난 5월 핀테크·프롭테크 스타트업 '빅밸류'를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이하 감정평가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지난 2015년 설립된 빅밸류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연립·다세대 주택의 시세정보를 제공하는 '빌라시세닷컴'과 B2B법인 전용 시세 조회 플랫폼인 '로빅'을 운영 중이다. 금융회사의 핵심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지정대리인'과 규제샌드박스(규제 유예)를 적용받는 '혁신금융서비스'에도 지정돼 금융회사에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감평협은 빅밸류를 고발한 근거로 감정평가법 제49조 2호를 제시했다. 감정평가법 제49조(벌칙)는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벌칙 행위 중 2호는 감정평가법인 등이 아닌 자로서 감정평가업을 한 경우다.

빅밸류가 감정평가법인이 아닌 상태에서 감정평가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게 감평협의 주장이다.

감평협은 고발에 앞서 작년 5월, 총 4개 법무법인에 빅밸류가 감정평가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한 자문을 구했고, 4개 법무법인은 모두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검토 결과를 내놨다.

본지가 입수한 A 법무법인의 법률검토 자료를 보면, 빅밸류의 시세 제공 행위는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를 판정해 그 결과를 가액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감정평가법상 '감정평가'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빅밸류 사업방식은 감정평가업자가 아닌 자가 감정평가를 업으로 행하는 것으로서 감정평가법 제49조 제2호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고 결론 냈다.

감평협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많아질 것이 우려돼 법률적으로 검토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대응 방안을 찾는다는 취지에서 고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빅밸류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빅밸류 역시 여러 차례 법무법인에 사업의 적법성 여부를 의뢰한 결과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8월 금융위원회로부터 금융회사 업무 지정대리인 심사를 받을 당시 법률적 검토를 마쳤고, 감평협으로부터 고발된 후에도 법적인 부분을 확인했으나 위법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여기에 서비스 협력 중인 은행에서도 법률검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빅밸류는 고발을 당한 상황이라 어떤 법무법인으로부터 자문을 받았는지를 밝히기 어렵고, 자문받은 자료도 제공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빅밸류 관계자는 "저희 서비스는 은행과 협의를 거쳐 출시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은행에서도 해당 법무팀에서 관련 부분들을 검토하고, 외부 법무법인에도 자문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빅밸류 B2B 법인전용 시세 조회 플랫폼 '로빅' 예시 화면. (자료=빅밸류 홈페이지)
빅밸류 B2B 법인전용 시세 조회 플랫폼 '로빅' 예시 화면. (자료=빅밸류 홈페이지)

◇ 단순 시세 제공 vs 감정 평가 '해석 차이'

이런 상황에서 빅밸류를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와 지정대리인에 선정한 금융위는 일단 감평협이 취한 고발 건의 진행 결과를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만약 위법으로 결론 날 경우에는 빅밸류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및 지정대리인 지정 관련 내용이 재검토될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감평법에 대한 검찰과 국토부의 입장이 나오면 저희는 그 부분을 확인하고 업무를 다시 재수정을 하던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빅밸류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의 의견을 들었다. 당시 국토부는 감정평가법 위반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는 은행업 규정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평가하고 빅밸류를 선정한 것이며, 감정평가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협의를 거쳐 감평법 위반이 아니라는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감평협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내용은 '감정평가업'을 한 경우라며, 빅밸류의 서비스가 감정평가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한 결과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판정'은 주관이 개입되는 것으로 빅밸류 쪽에서 주장하는 '공개된 자료들의 실거래가 등을 통계적으로 산정하는 것'에서의 '산정'은 판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산정'은 감정평가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것으로, 감정평가사들의 경우 감정평가 기법 등 평가사의 주관적 판단으로 가치를 판정하는 데 이와는 다른 것으로 해석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빅밸류가 금융사들이 주택담보대출 시 필요로 하는 담보 주택에 대한 가격 평가 자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사실상 감정평가 업무를 한다는 게 감평협의 주장이다.

한편, 빅밸류에 대한 감평협의 고발 건은 현재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수사 중이다. 감평협은 지난 6월 관련 조사를 받았고, 빅밸류 대표와 임원들도 조사를 받은 뒤 의견서를 서초경찰서에 제출한 상태다.

ezi@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