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e-런저런]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 신아일보
  • 승인 2020.08.3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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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지 시각으로 지난 28일 영화 ‘블랙팬서’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4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은 그는 영화 촬영 중에도 투병 사실을 숨긴 채 수없이 많은 수술과 항암치료를 견뎌냈던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 영화팬들의 심금을 울리게 했다.

보스만과 영화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조시 개드는 과거 투병 중이던 그와 나눈 마지막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제 비가 그쳤어. 밖으로 나가서 깊은 숨을 들이쉬어. 이 비는 하늘이 ‘천사들의 도시’(Los Angeles)에 꼭 필요했던 긴 샤워를 내려준 거야.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오늘 우리가 맞은 아름다움과 경외로움에 감사해야 해. 우리는 햇빛이 됐든 비가 됐든 하나님이 창조한 세상 순간순간을 즐겨야 해. 내일 비가 또 오더라도 나는 그 비를 잡고 싶어.”

죽음 앞에서 보스만의 삶에 대한 간절함과 감사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조시 개드는 그에 대해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 배우라고 회상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그 하루하루가 얼마나 간절했을까.

최근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 문제가 미국 전역을 들끓게 하면서 보스만의 생전 필모그래피가 재조명받고 있다.

보스만은 흑인 선수로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재키 로빈슨의 인생을 그린 2013년 영화 ‘42’를 비롯해 흑인 가수 제임스 브라운을 노래한 2014년 영화 ‘겟 온 업’, 미국 사상 첫 흑인 대법관 서굿 마셜의 이야기를 담은 2017년 영화 ‘마셜’ 등 실존 흑인 ‘영웅’들을 스크린에서 대신한 바 있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시인 원재훈이 집필한 저서의 제목이 떠오른다. 이 시대의 ‘영웅’으로 기억될 보스만이 끝내 전하지 못한 메시지는 무엇일까. 우리가 각자에게 주어진 오늘을 의미 있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다.

/한성원 스마트미디어부 차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