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⑦ - 로마제국 저출산 현상, 한국과 닮았다
[기고 칼럼] 저출산 이야기 ⑦ - 로마제국 저출산 현상, 한국과 닮았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8.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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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19세기 이전의 인간의 역사에서 저출산 현상이 발생한 예는 로마제국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바가 없다.

로마공화정 시대인 기원전 2세기까지만해도 로마 사람들은 보통 자녀를 10명 이상 낳았으나, 시이저(BC100~44)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출산율이 빠르게 감소해 보통 2~3명을 낳았다. 기원전 1세기말에는 출산율이 더욱 감소했으며 자녀를 적게 낳는 풍조가 뚜렷해졌다. 로마제국 최초의 황제인 아우구스투스(BC63~AD14) 시대에는 결혼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늘어났다. 로마제국의 출산율이 이렇게 빠르게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물리적 안전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지중해 연안 국가들을 모두 점령해 전쟁이 사라졌으며, 공권력이 강화돼 치안이 확보되고, 사법체계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시이저 사망 후 안토니우스와 아우구스투스 간의 내전이 종식된 것도 이유이다.

둘째, 경제적 안전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지중해 연안 국가들을 모두 점령해 식민지로부터 물자를 들여오고 무역이 활발해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졌기 때문이다.

셋째, 혼인으로부터의 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시이저 이전에는 권세가 집안과 결혼하면 한자리를 얻든지 많은 재산을 물려 받을 수 있었지만 법이 강화돼 권세가와 결혼해도 얻어지는 것이 사라지게 됐다. 

넷째, 자녀를 낳아 키우는 일 외에도 쾌적한 인생을 보내는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사회가 안전하고 풍요로우며 집안일은 노예가 함으로써 편안하고 즐거운 인생을 보내는 방법이 늘어난 것이다.

다섯째, 여성이 독신으로 살아도 불편한 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성이 독신으로 살아도 먹고 사는데 어려움이 없으며 안전하고 연애도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불이익이 없으며 불편한 점도 없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할 필요가 사라진 것이다. 이러한 독신 풍조와 자녀를 적게 낳는 경향은 혜택받은 계층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2000년 전에 발생한 로마제국의 저출산 현상은 대한민국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1950년경 10명씩 낳던 출산율은 1980년대 2~3명으로 감소하더니 2000년대 들어서는 더욱 하락했으며 요즘에는 결혼조차 기피하는 풍조가 너무나 뚜렷하다. 로마제국에서 100년 사이에 발생한 저출산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는 50년 사이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도 너무나 똑같다.

첫째, 해방 후 혼란과 한국전쟁 후 사회의 치안이 빠르게 확보돼 살인·강도·도둑 등의 범죄가 현저하게 감소했다. 미군의 주둔으로 전쟁의 위험도 크게 감소했다. 사회가 매우 안전해진 것이다. 둘째, 한국전쟁 이후 경제가 눈부시게 발전해 풍요로운 국가가 됐다. 경제적으로 안전한 국가가 된 것이다. 셋째, 법이 강화돼 권세가라 하더라도 친인척에게 한자리를 주거나 이익을 주기 어렵게 됐다. 결혼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감소한 것이다. 넷째, 여성이 독신으로 살아도 불편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혼자 살면 더 편리하고 행복한 사회가 됐다.

아우구스투스 황제는 기원전 18년에 비혼과 출산기피 풍조에 대해 강력한 저출산 방지법을 만든다. 이 법은 300년 이상 유지돼 로마제국이 오랫동안 강성하게 유지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로마제국의 사례는 ‘인간은 일자리와 양육 환경이 갖추어지면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필요해야 아이를 낳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김민식 저출산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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