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세종대왕과 포퓰리즘
[e-런저런] 세종대왕과 포퓰리즘
  • 신아일보
  • 승인 2020.08.24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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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포퓰리즘’이라는 용어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과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 등 여야 정치권의 ‘핫이슈’를 비롯해 금융, 부동산 등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빠지지 않는 용어가 ‘포퓰리즘’이다.

의사들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가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포퓰리즘’은 과거 미국에서 양대 정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에 대항하기 위해 생겨난 인민당이 농민과 노조의 지지를 얻기 위해 경제적 합리성을 도외시한 정책을 표방한 데서 비롯됐다. 선거에서 표를 의식해 경제논리에 반하는 ‘선심성’ 정책을 펴는 것도 대표적인 경우다.

얼마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나온 세종대왕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어느 역사 교사는 세종대왕의 업적 중 하나로 ‘전분 6등법’과 ‘연분 9등법’의 시행을 들었다.

이에 따르면 당시에는 토지세를 일률적으로 10분의 1을 걷었으나 세종대왕은 농사의 풍흉 또는 토지의 비옥한 정도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 두 제도를 만들었다.

주목할 부분은 세종대왕이 이 두 제도를 시행하는 데 20여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세종대왕은 당시 조선의 인구 70만명 중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7만명을 대상으로 제도 도입 여부를 묻는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찬성 57.1%, 반대 42.9%로 과반 찬성이라는 결과물을 손에 쥐었음에도 세종대왕은 반대 의견을 중용해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또 다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정부의 정책이 모든 국민, 모든 집단을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분위기나 흐름에 치우쳐 선심 쓰듯 ‘고민 없이’ 쉽게 만들어내는 정책은 당장의 지지는 얻을지 몰라도 결국에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 자명하다.

“정부가 조금 고단하면 백성이 편해지는 거다.” 세종대왕 이야기를 들려준 역사 교사의 마지막 말이 뇌리에 남는다.

/한성원 스마트미디어부 차장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