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제과 ‘디지털’ vs 오리온 ‘다각화’…‘마이웨이’ 격전 본격화
롯데제과 ‘디지털’ vs 오리온 ‘다각화’…‘마이웨이’ 격전 본격화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8.2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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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형악재 극복 위해 다른 경영전략으로 돌파구 마련
롯데제과, 이커머스 강화·구독 서비스로 '포스트 코로나' 공략
오리온, 생수·단백질 신사업 속도 내고 '글로벌 기업' 도약 집중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좌)와 이경재 오리온 대표(우). (제공=각 사)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좌)와 이경재 오리온 대표(우). (제공=각 사)

제과업계 맞수 롯데제과와 오리온은 올해 ‘코로나19’라는 악재 극복에 애를 쓰는 가운데, 각각 ‘디지털’과 ‘사업 다각화’라는 다른 전략을 내세워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59)는 빠르게 변화 중인 온라인 소비 트렌드에 맞춰 이(e)커머스 중심의 유통·마케팅에 공을 들이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선점에 나서는 한편, 이경재 오리온 대표(61)는 생수·단백질 등 미래먹거리 발굴과 해외사업에서의 꾸준한 성과를 앞세워 글로벌 제과기업으로서의 도약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과시장을 선도하는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와 이경재 오리온 대표는 코로나19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경영전략에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롯데제과는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 경영기조에 맞춰 이커머스와 연계한 영업력 확대와 구독 서비스 등의 해법을 모색했다. 반면, 오리온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미네랄워터·단백질 등으로 확대하고 글로벌 사업 확장으로 국내 제과시장의 성장 정체를 극복하고 있다.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는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점을 고려해, 이미 올 1월 이커머스 조직을 팀에서 부문으로 승격하고 영업·마케팅 파트로 세분화하며 조직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이후 ‘흔한남매 한정판 과자세트’, ‘간식자판기’ 등 이커머스 전용 제품을 잇달아 선보였고, 시장 반응도 좋았다. 특히 흔한남매 세트는 올 3월 11번가를 통해 출시한 지 일주일 만에 6000세트가 완판 됐다. 

민 대표는 또, 지난 6월 월 9900원에 매달 다양한 인기과자와 신상품을 맛볼 수 있는 과자 구독 서비스 ‘월간 과자’를 업계 처음으로 선보이며 주목을 받았다. ‘월간 과자’는 론칭 단 3시간 만에 모집인원 200명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이달 10일에는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2차 모집인원을 500명으로 늘렸다. 롯데제과는 월간 과자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아이스크림까지 구독 서비스를 확대했다.

롯데제과의 정기구독 서비스 '월간과자' 2차 모집. (공식 SNS 캡쳐)
롯데제과의 정기구독 서비스 '월간과자' 2차 모집. (공식 SNS 캡쳐)
출시 한 달 만에 25억원의 매출고를 올린 롯데제과의 '에어베이크드' (제공=롯데제과)
출시 한 달 만에 25억원의 매출고를 올린 롯데제과의 '에어베이크드' (제공=롯데제과)

민 대표의 주도 아래 롯데제과는 디지털 부문을 집중 강화하면서 올 상반기 이커머스 분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20% 이상 신장했다. 특히, 보관·배송 문제로 온라인 판매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 아이스크림과 냉동빵 매출은 같은 기간 200% 이상 성장했다.

롯데제과는 코로나19로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주목해 제과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일명 ‘제니 과자’로 불리는 ‘에어베이크드’를 꼽을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트렌드 확산으로 스낵 수요가 빠르게 늘자, 베이크드 스낵 프로젝트를 조기 가동했다. 자체 트렌드 예측 시스템 ‘엘시아(LCIA)’를 통해 소비자들이 맛있으면서도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공기로 구운 스낵’이라는 신개념 콘셉트에 맞춰 에어베이크드 제품을 6월 출시했다. 

에어베이크드는 출시 한 달 만에 25억원이라는 판매기록을 달성했고, 8월까지 45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보통 제과업계에서 히트상품 기준이 월평균 매출 1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다. 지난달에는 홍콩·괌 등지로 수출까지 이뤄냈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이커머스 중심의 유통·판매 채널 변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최근에는 온라인 자사몰 구축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을 신설했다”며 “에어베이크드는 연내 다양한 제품을 추가 출시하는 등 브랜드 확장으로 스낵시장 안착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재 오리온 대표는 신사업과 글로벌 시장 공략에 초점을 맞춰 코로나19 악재를 이겨내고 있다. 그룹 차원의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제주용암수’의 경우, 지난해 말 출시 이후 제주도와의 긴 협상 끝에 올 5월 국내 온·오프라인 전 채널 유통에 합의를 이뤄내면서 판매에 속도가 붙었다. 

제주용암수는 6월 롯데마트를 시작으로 현재 홈플러스와 GS리테일의 온라인 슈퍼인 GS Fresh(지에스 프레시), 편의점 CU(씨유) 등 주요 오프라인 채널은 물론 쿠팡과 G마켓, 네이버 쇼핑과 같은 핵심 온라인 채널까지 입점해 전 채널 입점 개시 한 달 만에 150만병 판매를 돌파했다. 여기에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이달 초 러시아까지 빠른 속도로 수출시장을 넓히며 글로벌 미네랄워터로서의 입지 구축에도 노력 중이다.

오리온의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오리온 제주용암수' (제공=오리온)
오리온의 미래먹거리로 꼽히는 '오리온 제주용암수' (제공=오리온)
베트남에서 아침대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리온의 양산빵 '안'의 현지 판매 모습. (제공=오리온)
베트남에서 아침대용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리온의 양산빵 '안'의 현지 판매 모습. (제공=오리온)

오리온은 또 단백질식품까지 사업을 재빠르게 확장했다. 단백질식품은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상품군으로 지목됐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관련 시장규모는 2017년 13조원에서 2025년 33조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오리온은 이런 시장성을 눈여겨보고 지난해 4월 ‘닥터유 단백질바’를 선보였다. 닥터유 단백질바는 출시 1년3개월 만에 판매량 1600만개를 돌파했고, 지난달 말에는 중국까지 진출했다. 최근에는 달걀 2개 분량의 단백질 12그램(g)과 18종의 아미노산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닥터유 드링크’를 출시하며 미네랄워터에 이어 음료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닥터유 드링크는 출시 두 달도 안 돼 누적 판매량 100만병을 돌파했다.

해외사업도 순항 중이다. ‘영업통’으로 알려진 이경재 대표 특유의 경영능력이 발휘되면서 오리온은 올 상반기에 중국·베트남·러시아 등 해외법인 매출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파이류와 감자스낵의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면서, 시장별로 맞춤형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스낵들을 활발히 출시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쌀과자 ‘안(An, 安)’이 상반기 매출 100억원을 넘어서고, 아침대용식 ‘쎄봉(C'est Bon)’도 월평균 매출액 10억을 돌파하는 등 신제품 특수를 누리고 있다. 

오리온은 해외사업 공략에 공을 들인 덕분에 최근 글로벌 제과산업 전문지인 캔디인더스트리(Candy Industry)가 발표하는 ‘제과업계 글로벌 톱(Top) 100’에서 국내 제과기업 중 가장 높은 14위에 올랐고, 올 상반기에만 1832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남은 하반기에도 시장을 선도하는 신제품 출시는 물론,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 제2의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