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1주택이면 만사형통?
[기고 칼럼] 1주택이면 만사형통?
  • 신아일보
  • 승인 2020.08.2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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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
 

얼마 전 '청와대 다주택자 모두 처분 중'이라는 뉴스 속보에 이어 '신임 차관급 인사 9명 모두 1주택 보유자다'라는 뉴스가 나왔다.

고위공직자 기준은 해당 업무에 적합한 전문성과 리더십, 도덕성만으로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초 제시한 병역면탈과 부동산 투기 등 5가지 인사기준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졌고 1주택이냐가 최우선 기준이 돼버린 웃지 못할 상황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이 된 것일까?

집값 잡겠다고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을 쏟아부으면서 규제했음에도 집값은 잡히지 않고 솔선수범해야 할 고위공직자들의 다 주택 보유와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실망감까지 더해져 다주택 보유자들의 분노, 1주택자의 한숨, 무주택자의 절망이 부메랑이 돼 지지율을 끌어내렸으니 오죽하면 1주택 보유가 최우선 기준이 될까 정부 입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꼬여 버린 부동산 혼란의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정부에 있다.

고가 다주택 보유자들 때문에 서울 수도권 주택문제가 발생했다는 방향을 설정하고 대출, 세금 규제를 밀어붙였는데 잡혀야 할 고가주택은 더 올랐고 그나마 저렴했던 수도권 외곽지역의 집값까지 올라버렸다.

뜬금없는 수도 이전으로 세종 집값만 올렸고, 준비되지 않은 설익은 공급대책으로 관련 지역 간 갈등이 커지고 있으며, 서민 주거 안정에 가장 중요한 임대차 3법을 서울 집값 잡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전세 시장까지 난리다.

그런데 집을 여러 채 가진 분들이나 비싼 집을 가진 분들 때문에 현재의 서울 집값 문제가 발생한 것일까?

집값 상승 원인은 △돈 벌고 싶어 하는 근원적인 탐욕 △레버리지 역할을 하는 전세의 구조적인 문제 △불안한 노후와 자녀 문제 △신분 상승과 비교심리의 사회적 문제 △서울의 수요 과잉과 주택 부족의 문제 △부동산 불패 신화의 학습효과 △아파트 외 마땅한 안전투자 대안이 없는 현실 △일관성 없이 반복되는 정책의 왜곡 등 다양하면서 복잡하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안 그래도 집이 부족한데 다주택 보유자들이 집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 주택이 부족하고 무주택자들이 많은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국민들의 삶이자 오랜 세월 동안 고질병처럼 굳어진 부동산 문제를 세금규제로 빠르고 쉽게 해결하고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생각은 잘못됐고 오만했다.

1주택이 고위공직자의 기준이 돼버린 웃기는 이 상황의 원인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부동산 정책의 잘못된 방향 설정을 반성하고 수정하기는커녕 국민들한테는 무리하게 밀어붙이면서 정작 정책의 당사자들인 본인들이 보유한 다주택 또는 고가주택은 사정이 있다는 이율배반적인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의 솔선수범을 위해 지금부터라도 1주택이 공직자들의 최우선 기준이 되려면 9억원이 넘는 1주택자도 배제해야 한다. 신임 차관급 인사 9명 중 9억원 이하 주택을 가진 분들이 몇 명이나 될까? 다주택과 9억원 초과 고가주택이 부동산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는 말이다.

심지어 부동산 감독원이라는 신설조직을 만든다고 한다. 부동산 문제가 관리·감독을 못해서 생긴 문제란 말인가? 그런 논리면 국토교통부에서 그동안 일을 못 해서 부동산 문제가 생겼고 새로운 감독원을 만들면 해결이 된다는 것인가?

최근 라임, 옵티머스 등 대형 금융사고를 해결하지도 못하는 금융감독원을 보면 답은 이미 나왔다.

여전히 문제의 핵심을 잡지 못하고 이 기회에 낙하산 인사를 비롯한 그들만의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정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고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으니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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