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그들만의 리그
[e-런저런] 그들만의 리그
  • 신아일보
  • 승인 2020.08.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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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성 유명인 두 명의 온라인 설전이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관음증에 가까운 상상을 촉발시킬 정도의 사생활을 담은 은밀한 내용들이 담겼기 때문이다.

한 사람은 피해자인 척 ‘고통을 겪었다. 사진을 공개하라’로 압박했고 또 한 사람은 ‘신의를 저버렸다. 양아치다’라는 격한 말로 둘만의 비밀을 자극하기에 이르렀다.

누구 하나 뚜렷하게 잘잘못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과거부터 ‘나대기’의 일인자인 이들이었기에 그저 관망할 뿐 판단하려 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에로 배우, 육체파 배우, 관능미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여성에게만 비난의 집중포화를 가했다.

고학력자에 유명 작가, 독실한 천주교인인 상대 여성에 비해 가십거리로서는 제맛이었던 걸까.

여배우로서 감내하기 어려운 수위의 비난이 쏟아질 즈음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또 다른 한 명의 여성이며 자칭·타칭 페미니스트인 그녀를 떠올려 봤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며 숨죽여 살아온 이 땅의 수많은 여성들에게 부푼 희망과 기대, 용기를 심어준 그녀가 다른 여성을 향해 확인사살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두 명에게.

첫 희생자는 난방비 열사로 유명세를 치르며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한 여배우로 페미니스트의 대표적 인사로 꼽혀 온 한 작가에 의해 공개적으로 ‘불륜’녀인 양 저격을 당하고 있었다. 그것도 마치 피해 호소인 척 가장하면서 말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유명 MC 이자 방송인인 그녀는 해당 여성작가의 세 번째 전 남편과 재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중 배우자의 이름이 두 여성 사이의 공방전에서 오가는 꼴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성 작가는 자녀를 위해 그간의 고통을 감내해 왔다 면서도 다른 가정에 미칠 파장을 진정 몰랐다는 걸까.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다. 내 손을 거치지 않고 적의 손으로 또 다른 적을 해치운다고 했던가.

아이러니하게도 두 여성의 치열한 공방은 난방비 열사의 의외의 사과로 갈무리된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글은 작가 본인의 내적 진심이 투영돼야 한다. 페미니즘, 휴머니즘이 아니었어도 이 여성 작가의 작품에 그리도 많은 사람들이 박수갈채를 보냈을까 싶다.

작가 초년생 시절, 실천문학을 순수하게 이뤄나가고 있다는 평을 받은 그녀. 아무쪼록 그녀가 초심과 본분을 잊지 않고 포퓰리즘적 사고에서 그만 벗어나길 바라본다.

/이상명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