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와플을 굽다가…
[e-런저런] 와플을 굽다가…
  • 신아일보
  • 승인 2020.08.18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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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잘하고 있어?”라는 질문에 가끔 이렇게 답을 하곤 한다. “…(중략)…. 나중에 할 거 없으면 김 장사를 하든지, 와플을 굽든지 해야지 뭐”라고 말이다.

김은 물건을 뗄 때 가볍게 옮길 수 있을 거 같아서, 와플은 기호식품이기도 하고 그냥 쉽게 만들어 많이 팔 수 있을 거 같아서다. 물론 이는 우스갯소리다.

그저 한 줄의 말, 우스갯소리라고 여길 수 있으나 여기에는 장사하는 것을 쉽게 보고 있다는 생각이 내포돼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바로 “할 거 없으면”이라는 대목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최근 겪은 일화로 이런 생각이 바람직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오전께 방문한 한 음식점에는 후식으로 와플을 직접 해 먹을 수 있도록 기기가 마련돼 있었다. 식후 기자는 얼른 그 기기로 가 물반죽(?) 돼 있는 것을 국자로 세 번 떠서 와플 기기에 부었고, 기기의 뚜껑을 내려 완전히 닫은 후 가열 버튼을 눌렀다.

몇 분이 지나자 다 구워졌다는 알람이 울렸고, 알람 소리에 바로 달려가 기기 뚜껑을 열고 생크림을 바르고자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음식점 주방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다가와 아직 기기 뚜껑을 열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와 함께 “물반죽을 국자로 몇 번 푸셨어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세 번이요”라고 답했고 그는 곧 기기 앞에 쓰여진 ‘국자로 한 번만’이라는 문구를 가리켰다. 물반죽을 한 국자만 떠서 기기에 올려야 했는데 무려 세 번을 떠서 기기에 넣는 바람에 빵이 제대로 익지를 않은 것이다.

주방장은 조금 더 열을 가해야 한다며 기기 뚜껑을 열지 못하게 했고 기자는 결국 모양이 흐트러지고 눅눅한 빵에다 생크림을 바르는 처지를 맞게 됐다. 같이 음식점에 간 지인 역시 비슷한 이유로 와플 굽기에 실패했다.

“와플 만드는 거 별거 아닌 줄 알았더니 아니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고 지인도 박장대소를 하며 이에 맞장구를 쳤다. 이후 “할 거 없으면 와플이나 굽든지”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던 것 같다.

우리는 살면서 “내가 하는 일이 제일이고 그 방식이 정답”이라며 자부심을 뽐내면서도 남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온갖 이유를 대며 폄하한 적이 있을 것이다. 모든 갈등은 이런 심산에서부터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정부의 여러 정책으로 국민이 분열되는 현 상황이 안타깝다. 남의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노력과 훈련으로 귀를 기울일 수는 있다. 어려운 시기다. 내 일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데 이어 남의 입장도 조금은 존중해보는 자세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