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HMM,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인도 눈앞…엔진 높이만 20여미터
[르포] HMM,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인도 눈앞…엔진 높이만 20여미터
  • 이성은 기자
  • 승인 2020.08.12 15: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重 거제조선소서 마지막 건조 구슬땀…해운업 재건 선봉
총 12척 중 마지막 선박…현재 7호선까지 연속 만선 행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 선수 부분. (사진=HMM)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 선수 부분. (사진=HMM)

“지금 서 있는 곳은 아파트 10층 높이입니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의 항해·운영 지휘소인 선교(Bridge) 앞 선수 부분에 올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전경을 바라보며 설명을 듣자니, 전망대에 오른 기분이었다.

지난 1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해 둘러 본 HMM의 세계 최대 규모 컨테이너선박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건조가 한창이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발주된 총 12척의 2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 초대형 선박 중 하나다. 이 초대형 선박들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7척과 5척을 건조했고, 현재 9호선까지 운항을 시작했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이들 12척의 초대형 선박 중 마지막으로 인도될 선박이다. 이 선박의 인도 예정일은 9월11일이다. 선박 공정률은 현재 약 90% 진행됐다.

이재곤 삼성중공업 운반선 PM 파트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할 순 없지만, HMM 초대형 선박을 건조하면서 국산화율을 많이 높였다”며 “8월19일 정도 되면 가구 설치 작업, 도장 작업까지 거의 대부분 완료되고, 8월23일부터 시운전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의 항해·운영 지휘소인 선교(Bridge) 내부. (사진=HMM)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의 항해·운영 지휘소인 선교(Bridge) 내부. (사진=HMM)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에는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스마트십(Smart Ship) 솔루션 인텔리맨 쉽(INTELLIMAN Ship) 시스템이 장착됐다. 이를 통해 HMM 상트페테르부르크는 육상에서 본선이 운항하는 모든 정보를 받아서 선박 이상 여부, 연료소모량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육상에서 선박의 기기 상태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선교 내부에는 운항제어시스템인 ICMS(Integrated Control and Monitoring System)을 탑재해 일반 개인용 컴퓨터(PC)처럼 마우스로 선박 내 펌프 가동, 발전기 가동 등 장비의 상태를 확인하거나 작동할 수 있다.

선박 내부에는 폐쇄회로TV(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어 화재 발생 등 위급 상황 시 CCTV가 위급한 곳을 자동으로 감지한다. 또, 선박에는 전자해도시스템(ECIDS; Electric Chart Display Information System)을 갖춰 종이 지도 대신 전자장비로 항해 정보를 볼 수 있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황산화물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는 한눈에 담기 힘든 높이였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에 탑재된 황산화물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사진=HMM)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에 탑재된 황산화물 배출가스 저감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사진=HMM)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의 스크러버는 원통형 기둥 3개로 구성돼 있다. 선박 메인 엔진을 담당하는 스크러버의 길이는 19.9미터(m)며, 지름이 6.45m다. 보일러 발전기 등을 담당하는 또 다른 스크러버는 높이와 지름이 각각 12.9m, 2.85m와 13.9m, 3.35m다.

현재 엔진 컨트롤 룸에는 엔진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엔진룸은 선박 기관장과 기관 요원들이 상주하면서 선박 엔진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운용하는 곳이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에는 만(MAN)에서 제작한 11기통의 엔진이 탑재됐다. 엔진의 높이만 20m 이상이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호는 이 엔진을 통해 최대속력 22.5노트(kts), 시속 41.7킬로미터(㎞)의 속도를 낸다.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에 탑재된 11기통 메인 엔진. (사진=이성은 기자)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에 탑재된 11기통 메인 엔진. (사진=이성은 기자)

HMM은 이 같은 초대형 선박을 통해 해운 재건과 실적 회복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HMM은 초대형 선박 투입을 통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387억원으로 전년 동기 영업손실 1129억원 대비 흑자전환 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도 영업이익 1367억원을 거둬 전년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HMM은 지난 4월23일 ‘HMM 알헤시라스(Algeciras)’호를 시작으로 9월까지 12척 모두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해 주간 서비스를 시작한다. 1호선인 HMM 알헤시라스호는 지난 5월8일 아시아 구간의 마지막 기항지인 중국 옌톈에서 1만9621TEU를 선적하고, 유럽으로 출발해 선적량 세계 신기록을 달성했다.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2∼7호선도 알헤시라스호에 이어 만선을 기록하고 있다. 유럽 항만까지 운항한 후 돌아오는 구간에서도 1∼3호선은 만선을 기록 중이다.

HMM 관계자는 “초대형선에 화물을 다 채우지 못할 것이란 일부 우려가 있었지만, 연이은 만선으로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초대형선의 경쟁력을 시장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게 증명됐다”며 “2만4000TEU급 초대형선은 우리 기술로 만든 친환경·고효율 선박으로, HMM을 비롯한 국내 해운선사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HMM은 지난 2018년 정부의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내 조선 3사와 약 3조15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선박 20척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HMM은 내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에 이어 현대중공업으로부터 1만6000TEU 8척을 인도 받는다.

선교(Bridge)에서 바라 본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 (사진=HMM)
선교(Bridge)에서 바라 본 ‘HMM 상트페테르부르크(St Petersburg)’호. (사진=HMM)

[신아일보] 이성은 기자

sele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