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글씨·느린 말…어르신도 꼼꼼히 챙기는 '비대면 보험'
큰 글씨·느린 말…어르신도 꼼꼼히 챙기는 '비대면 보험'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8.1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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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소외계층 맞춤 서비스 제공 활발
한화생명 '언더라이팅 보완 프로세스'(왼쪽)와 농협생명 모바일 앱. (자료=각 사)
한화생명 '언더라이팅 보완 프로세스'(왼쪽)와 농협생명 모바일 앱. (자료=각 사)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영업에 어려움을 겪게 된 보험사들이 모바일과 인터넷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큰 글씨 모드'나 '느린 말 ARS' 등을 통해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고객까지 비대면 영역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비대면 채널을 통한 보험사와 소비자 간 소통이 활발한 가운데, 시니어세대 맞춤 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개발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비대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 등을 통한 서비스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의 비대면 서비스인 '셀프 업무처리' 건수는 지난 4월 한 달간 65만건 이상으로, 작년 동월 42만건 대비 55% 증가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기존 고객들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니어세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태블릿을 이용한 서비스 설명이나 24시간 영업 지원을 활용한 보험가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올 하반기부터 모든 대면 업무에 비대면 업무가 가능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 웹 창구를 이용해 보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카카오 챗봇 등을 활용한 디지털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고객 중 모바일을 사용하는 계층이 점차 확대되면서 비대면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며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은 중간 매개체인 설계사를 통해 재차 안내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보는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 수령까지 모바일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로 운영하고 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세대를 위해 고객센터를 통해 가입 순서를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중에는 이용 방법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동영상을 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생명도 모바일 앱을 통해 보험금 청구와 진단금 조회 등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설계사와 직접 만나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보험도 출시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시니어세대 고객 비중이 커 모바일 앱에 '큰 글씨 모드'를 탑재하고 있다"며 "'느린말 ARS'를 통해 시니어세대가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밝혔다.

한화생명도 신계약 체결과정에서 재무설계사를 직접 만나지 않고 모바일을 활용한 '언더라이팅 보완 프로세스'를 지난달부터 운영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이 서비스는 모바일 이용률이 높은 청·장년층에 초점을 맞춰 선보였다"며 "연령대별 이용률을 확인해 시니어세대를 위한 '큰 글씨 모드'나 '시니어전용 URL'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이 비대면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세대를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대면 서비스가 줄어들면서 비대면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다"며 "하지만,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세대를 위한 디테일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시니어 세대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다가 잘못 터치하거나,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디지털 소외계층도 편리하게 보험 비대면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부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