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IT 공룡, 보험을 바꿀 준비 됐는가?
[기자수첩] IT 공룡, 보험을 바꿀 준비 됐는가?
  • 강은영 기자
  • 승인 2020.07.2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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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험에 가입할 때 한 번쯤 막막함을 느껴봤을 것이다. 실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용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주계약이 이렇고, 특약은 저렇고, 갱신형 상품과 비갱신형 상품 등 생소함으로 점철된 보험계약서를 보는 순간 '포기'를 선언했을 수도 있다.

이처럼 보험 계약에 어려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대면 영업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소비자 상황에 맞는 상품을 추천하고 또 유의점도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막연하게만 느껴지는 보험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면 영업 전통도 시대의 흐름 앞에서 점점 무너지는 모습이 보인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그 속도는 점차 거세지는 추세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 속에서 설계사들은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없고, 보험이 필요한 소비자는 직접 온라인을 통해 상품을 살펴보고 가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또 보험업계 비대면 기류에 불을 댕기는 일이 생겼다. IT 공룡이라 불리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보험업 진출을 선언한 것이다. 네이버는 자동차보험을 비교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 출시를 예고했고, 카카오페이는 디지털손보사를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IT 기업의 보험업 진출에 일부에서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기존 보험 시장에서 디지털보험사 점유율이 높지 않았는데, 새로운 디지털보험사가 등장하면서 활기를 띨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또, 다양한 보험 상품이 출시되면, 기존 인터넷 보험 상품들이 다시 주목받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는 20·30세대를 겨냥한 창의적인 상품과 중장년층이 겨냥한 상품 등을 출범하면서 모든 연령층을 유입시키고 있다. 이런 사례를 봤을 때, 보험업계에서도 IT 기업이 '메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기대 속에서도 보험업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 전문가는 "새로운 디지털보험사 출범은 소비자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이 넓어져 환영할 만하다"면서도 "전문성 없이 보험업에 진출했을 때, 소비자들의 민원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디지털에 방점을 둔 새로운 보험사의 출범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공존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IT 기업이 절반에 만족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충분한 이해와 준비가 선행돼야만 보험업의 디지털화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ykan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