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칼럼] 수도 이전으로 서울 집값 안정될까?
[기고 칼럼] 수도 이전으로 서울 집값 안정될까?
  • 신아일보
  • 승인 2020.07.27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서울 수도권 집값 문제로 민심이 들끓자 정부는 수도 이전이라는 새 이슈를 던졌다.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의견도 많지만 그래서 집값이 잡힐까? 세종시 집값만 더 오르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운 의견도 있다.

실제로 수도 이전 발언이 나오자 세종시 아파트 호가가 1억~2억원 이상 올랐다고 한다.

우리 지역이 수도가 된다는데 이보다 더 좋은 호재가 어디 있고 집값이 안 오르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닐까?

한국 인구 절반 이상이 서울 수도권 지역에 몰려있으니 과밀해소 차원에서 수도 이전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

과거 박정희 정부 시절에도 수도 이전을 추진했는데 물론 그때는 안보를 고려했겠지만, 수도 이전은 여전히 고려대상이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수도 이전 찬성 의견이 더 많다.

하지만 준비와 타이밍, 효과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서두를 문제는 아니다.

수도 이전을 위해 내부적으로 얼마나 준비했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는지 모르나 그저 서울 집값이 잡히지 않으니 묵혔던 큰 이슈를 툭 던진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

3년 동안 20번이 넘는 대책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은 잡히지 않고 오히려 수도권 전역으로 집값이 상승하면서 민심이반이 심각해지고 있다. 임대사업자 혜택축소, 그린벨트 해제 등 일관성 없는 갈팡질팡 행보로 신뢰도 떨어지는 상황에서 갑자기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인 수도 이전 카드를 꺼내 들고 마치 충분히 준비했다는 듯 밀어붙이는 것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서울 과밀해소와 국가경쟁력을 위해 수도 이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부터 TF를 만들어 체계적인 준비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추진하는 것이 맞고 최근에야 생각났다면 대선 공약으로 국민의 판단을 받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수도 이전을 해서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수도 이전이라는 것이 서울이라는 도시기능 전체를 옮기면 모를까 청와대와 국회 이전만으로 수도 이전이라는 명분은 얻을 수 있겠지만 실질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과거 서울 과밀억제와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명분으로 세종시를 개발했지만, 결과는 현재 모습이다.

서울 집은 팔지 않고 전세를 주면서 큰 투자수익을 얻었고 특별분양 받은 세종 집값도 오르는 혜택도 누렸다.

서울 집값은 더 올랐고 세종 집값도 올랐으며 서울 수도권 인구도 늘었고 세종 인구도 늘었다.

균형발전이 집값 상승을 의미한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 이전으로 쾌적해진 서울 집값은 상승하고 세종 집값도 더 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와 국회가 이전하면 서울이 살기 좋아진다고 빨리 이전했으면 좋겠다는 이도 많다.

서울 집값이 높은 이유는 청와대와 국회가 있는 수도기능 때문만은 아니고 교육·문화·경제 중심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과 호주 시드니만 해도 수도가 집값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설사 효과가 있다고 해도 준비부터 실행까지 10년 정도 시간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성급하게 밀어붙이기보다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쳐 제대로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하게 빨리 답을 찾기 위해 20번이나 넘는 대책을 쏟아부었음에도 집값 문제가 더 왜곡되고 꼬이고 있다. 수도 이전 역시 밀어붙이면 더 큰 혼란과 부작용만 발생할 뿐이다.

"수도 이전에 찬성하냐?"가 아니라 "수도 이전이 서울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라고 여론조사를 했다면 부정의견이 더 높게 나왔을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