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협업이 낳은 고금리 적금, 경솔한 평가절하는 지양해야
[기자수첩] 협업이 낳은 고금리 적금, 경솔한 평가절하는 지양해야
  • 고수아 기자
  • 승인 2020.07.2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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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서도 코로나 보릿고개를 넘기 위한 협력이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은행이 카드사 등 제휴처와 협업해 경쟁력 있는 금리를 앞세운 상품도 보이고 있다.

지난 몇 주간 이들 상품에 따라 붙고 있는 수식어는 '얄팍한 상술', '끼워 팔기', '미끼 상품', '꼼수' 등으로, 꽤나 험상궂다. 각종 조건이 붙는만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이지만, 이런 평가가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판단과 자유로운 선택을 위축시킬 수도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기자도 이런 선입견을 갖고 논란이 된 상품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중 우리은행이 선보인 연 6% 이율 적금 상품은 은행과 카드 제휴로 출시됐다. 일종의 협업 적금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은행과 카드사가 각각 제시하는 조건을 충족할 시 최대 2.5%와 3.5% 금리를 받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보통 은행에서 인기가 많다고 하는 적금의 경우 신규계좌 수는 일평균 1000~2000개 정도로 집계된다. 이달 15일 출시된 이 적금은 출시 3일만인 17일 기준 1만좌가 생성됐고, 주말을 거친 지난주 월요일 기준 3000좌가 더 늘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본 금리가 적금이 1.5%인데, 우대 금리가 있어서 2.5% 우선 받으실 수 있는 건데, (최근에 나온 은행 예적금에서) 어딜봐도 2.5% 조건의 상품이 없다"며 "기본적으로 금리가 높기 때문에 꼼수라고 해석하는 건 무리지 않나?"라고 말했다.

전화기 너머로 은행 관계자의 답답함이 느껴졌다. 

기업은행이 웅진씽크빅과 제휴해 표면 연 7% 금리로 지난 7일 출시한 상품도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은행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코로나19 이후 고객들은 당연히 은행 방문을 꺼리고, 은행에선 악조건을 돌파해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 중 하나가 구독경제 기반 제휴사와의 협업이라고 한다. 

유익한 제휴처를 찾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반찬과 우유, 커피 등을 시켜 먹어보고, 이를 통해 제휴가 성사된 스타트업들은 홍보 효과를 봤다. 또, 요즘처럼 초등학생들이 동영상 학습 도구가 필요한 상황에서, 양사가 협력한다면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혜택을 제시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했다. 

협력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한 가설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슬기로운 사람)가 유일한 인간의 종이 된 비결도 언어와 이를 통한 협력이다. 현대 사피엔스는 7만년 전~3만년 전 사이 언어를 통해 조직적으로 협동하고 인지능력을 키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소 1만년 전부터 현재까지 세상을 지배하는 유일한 종이 됐다. 

강자들의 세계에서 꼼수는 잘 먹히는 수단이 아니다. 판세를 흐리는 실착이 될 확률이 그렇지 않을 확률보다 월등히 높다. 시장에서 현명한 소비자들은 절대 강자다. 최근 은행들이 내놓은 상품들이 꼼수인지, 아니면 유용한 협력 성과인지는 소비자가 결정하게 될 것이다.

swift2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