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우유값 줄다리기, 고통분담이 먼저
[기자수첩] 우유값 줄다리기, 고통분담이 먼저
  • 박성은 기자
  • 승인 2020.07.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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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가와 우유업체들 간의 원유(原乳)가격 조정을 위한 추가 협상 종료일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양측은 지난 5월 말 첫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이후 한 달간 총 다섯 번을 만났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고 협상은 계속 결렬됐다. 중재역할을 하는 낙농진흥회는 이사회를 열고, 가격조정을 위한 추가 협상 최종시한을 7월21일로 못 박았다. 일단 8월1일부터 새로운 원유가격을 적용해야하기 때문이다. 양측은 이달 7일에 이어 15일까지 두 차례 더 만났고, 이제는 데드라인을 이틀 앞뒀다. 

낙농가와 유업계 간의 원유가격 조정은 우리가 사먹는 유제품 가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다. 쉽게 얘기해, 흰우유는 물론 바나나맛우유 등 가공유 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원유다. 이러한 원유 가격조정은 정부가 구제역으로 피해가 컸던 젖소농가의 소득보장을 위해 2013년부터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에 따른 것이다. 

원유가격연동제는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 증감분을 잣대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4% 이상이면 10% 안에서 협상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골자다. 시장상황이나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닌, 원유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다소 독특한 체계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등 국내 유업체들은 낙농진흥법에 따라 계약한 농가들이 생산한 원유를 전량 구매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1리터(ℓ)당 생산비는 790.06원이다. 낙농가는 지난해보다 생산비가 늘어난 만큼, 증가분 23.33원의 ±10%를 적용해 ℓ당 원유가격을 21~26원 올려야한다는 입장이다. 생산자 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수입산 원유가 무차별적으로 유통된 가운데, 사료값 인상과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시설개선비용 투자, 최저임금 인상분을 원유가격에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우유회사들은 최소 동결 또는 원유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채 되지 못한 저출산 심화 속에서 흰우유 소비는 계속 줄고 있고, 올해는 코로나19로 흰우유 전체 소비의 8~9%가량을 차지하는 학교급식이 장기간 중단돼 재고 누적으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기준 상위 10개사 흰우유 매출은 모두 적자로 알려졌다. 

낙농가와 유업계 모두 경영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우유 소비는 줄고 대체품은 늘어가는 판국에, 갈등의 줄다리기는 소비자 불신과 외면으로 이어져 공멸로 갈 수밖에 없다. 서로 마지막 협상 테이블에서는 지금의 고통을 함께 분담하는 대안을 찾아, 침체된 우유산업에 활기를 불어넣길 바란다.

parkse@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