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한국 기부문화, 달라져야 한다 (上)
[기고칼럼] 한국 기부문화, 달라져야 한다 (上)
  • 신아일보
  • 승인 2020.07.15 13: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경현 TAMS 대표
 

미국은 세계에서 기부 문화가 가장 잘 발달한 국가로 알려져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기빙USA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인이 기부한 금액은 총 4100억달러(492조3700억원)로 2016년보다 5.2%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정부의 2018년 예산 428조8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 막대한 금액이다. 

기부하는 미국인이 많다보니 미국에는 전통적으로 사람의 성(姓)을 그대로 사용한 거리와 건물이 많다. 미국은 기부 문화에 힘입어 대학 컴퍼스에도 개인의 이름을 붙인 장소가 심심찮게 보인다. 비단 대학뿐 아니라 박물관이나 미술관 같은 문화시설에도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 기부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명확하게 하는 국가, 그곳이 바로 미국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부 문화가 활성화된 이유로 기부금 운용의 투명성, 세제 혜택, 사회적 분위기 등을 꼽는다. 미국에서는 170개 이상의 비영리단체 평가기관이 기부금 운용을 감사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부에 나선 고소득층(연소득 20만달러 이상)의 절반 이상은 ‘자선 단체에 대한 신뢰’를 기부 사유로 꼽았다. 

이런 미국에 비해 유럽의 기부문화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공익정신 부재라기보다는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혜택이 많기 때문이다. 공익재단 대신 정부가 직접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유럽 대학의 등록금은 아주 저렴하거나 무료인 경우가 많다. 미국 대학들의 등록금은 매우 비싼 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부문화는 어떻게 될까? 우선 대기업들이 앞 다퉈 장학재단 등을 설립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포스코가 설립한 포스텍(포항공대)과 삼성문화재단의 삼성미술관 리움 등이 있다. 고액수입을 얻는 연예인과 유명인들은 민간 기부단체를 통해 기부를 하곤 한다. 돈을 많이 버는 만큼 기부를 많이 하는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사회적 명망을 얻는 사회인만큼 한국도 기부 문화에 뒤처졌다 할 수 없다.

다만 좀 더 면밀히 살펴보면 한국의 경제규모에 비해 그 내용은 빈약한 편이다. 특히 사회안전망이 튼실하지 못한 것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특히 최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많지만 차상위계층에 대한 지원이 빈약하다. 

또한 한국의 기부문화는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보여주기식 혹은 떠밀리는 식의 기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상당수 공익재단은 지속적으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기부 참여자의 폭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에선 성공한 졸업생들이 자신의 출신 대학에 개인적으로 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국에서 재벌이 설립한 공익재단의 역할을 미국에서는 개인들이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노동인구는 2016년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고 있다. 전체 인구도 2025년 이후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재정이 빠듯해질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당연히 복지에 투입할 예산도 더욱 빠듯해질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유럽에서 나타났다. 유럽에서는 고령화 사회로 인해 복지혜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기부문화의 확산이다. 기업 홍보를 위한 일회성 기부의 틀을 깨야 한다. 기부 받는 이들도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 한국의 새로운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필자는 각고의 노력을 이어갈까 한다.

/임경현 TAMS 대표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