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최숙현법' 발의… 최 선수 父 "지옥인줄 알았으면 안 보냈을 것"
이용, '최숙현법' 발의… 최 선수 父 "지옥인줄 알았으면 안 보냈을 것"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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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에 스포츠윤리센터 '독립 업무 보장' 등 내용 담아
최 선수 아버지 "한평생 농사 지으며 딸 보는 게 낙이었다"
미래통합당 김석기(왼쪽부터), 이용 의원, 고 최숙현씨의 부친 최영희 씨, 이양수 의원 등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보호가 필요한 신고자나 피해자를 위해 임시보호시설 설치ㆍ운영, 2차 가해 금지 등을 담은 일명 '고 최숙현법' 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석기(왼쪽부터), 이용 의원, 고 최숙현씨의 부친 최영희 씨, 이양수 의원 등이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 보호가 필요한 신고자나 피해자를 위해 임시보호시설 설치ㆍ운영, 2차 가해 금지 등을 담은 일명 '고 최숙현법' 인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 발의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은 체육계 폭력 처벌 강화를 골자로 한 '최숙현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10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열고 고 최숙현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선수 사건으로 불거진 체육계 폭력·가혹행위에 대해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 방지를 할 수 있는 규정이 미비하다"며 이같은 뜻을 전했다.

이 의원이 발의에 나선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스포츠윤리센터의 독립적인 업무수행 보장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및 기관·단체의 임직원 파견 요청 권한 부여 △수사기관에 협조 요청 가능 △폭력·성폭력 신고자에 대한 빠른 긴급 보호 조치 및 조사 착수 의무 △신고자·피해자를 위한 임시보호시설 설치·운영 △관계기관 등에 자료 제출 권한 부여 △신고자 등에 대한 불이익 조치, 신고 등에 대한 방해와 취소 강요, 조사 방해 행위 등에 대한 징계 요구권 부여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 의원은 회견에서 "현행법상 체육계 성폭력 및 폭력 문제 전담기관인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에 관한 규정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돼 올해 8월부터 정식운영될 예정이지만, 피해자 보호와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규정이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또 "윤리센터의 권한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센터 출범 이후에도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지적한 스포츠윤리센터는 지난해 심석희 선수의 폭로 이후 체육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올해 초 관련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고, 오는 8월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 선수는 이른바 팀닥터 등의 폭행·폭언을 신고하고 도움을 요청했지만, 관계기관 등이 조사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의견이다. 가해자 측의 회유와 협박 등 2차 피해로 피해자의 심적 고통도 극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이원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체육계의 성폭력·폭력 문제가 뿌리 뽑힐 수 있도록 체육인 선배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관련 법 통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는 최 선수의 아버지 최영희 씨도 참석했다. 최씨는 법안 통과를 읍소했다.

최씨는 "숙현이는 어릴 때부터 스포츠에 대한 의지와 열정이 강했다"며 "경북체고를 나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입단해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했고, 트라이애슬론 청소년 대표와 국가대표까지 지낼 만큼 숙현이는 스포츠를 사랑했다"고 소회했다.

그러면서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식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막을 수 있겠나. 그저 자식만 믿고 뒤에서 받쳐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마음"이라며 "한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딸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사는 것이 삶의 유일한 낙이자 행복이었다"고 전했다.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엄마 사랑해,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메시지를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최 선수 아버지는 이를 두고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이 숙현이에게는 지옥과 같은 세상이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절대 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숙현이가 힘들어할 때마다 김규봉 감독과 장윤정 선수의 말만 믿고 타일러서 이겨내 보라고 잔소리한 것이 너무나 가슴에 한이 맺힌다"고 말했다.

현재 최 선수를 상대로 폭행·폭언한 혐의를 받는 경주시청 김 감독과 주장 장윤정 선수는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최씨는 "숙현이의 비극적인 선택 이후 하루하루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느라 밤잠을 설치고 있다"며 "미안하다는 사과조차 없이 가혹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는 가해자들은 엄중한 법적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어디 하나 호소할 곳도 없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비극적인 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이 의원에게 간절히 부탁드렸던 것도 바로 숙현이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숙현이법'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 이후 팀 해체를 고려 중인 경주시청에 대해선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최씨는 "숙현이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간 가해자들이 아닌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체에 책임을 묻고, 팀을 해체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국가의 지원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열악하게 훈련을 해야만 하는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인 트라이애슬론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주시청팀은 건재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최 선수의 납골당을 찾은 김도환 선수에 대해선 "그나마 양심이 있다. 김 선수 어머니가 내게 전화를 해 울면서 사죄한다고 용서를 구했다. 김 선수가 조사에 철저하게 임하고, 법적 처벌을 받고 난 뒤에 사과를 받겠다"고 알렸다.

가해자를 옹호하는 듯한 부적절한 말로 논란이 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선 "표현은 부적절하지만, 왜곡돼 전달된 부분도 있다"며 "임 의원은 세 번이나 전화해서 '국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다만 "숙현이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