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저런] 운동선수 보호 지침 마련돼야
[e-런저런] 운동선수 보호 지침 마련돼야
  • 신아일보
  • 승인 2020.07.0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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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소속팀 지도자들로부터 수년간 폭언과 폭행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한 운동선수의 사연이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고인이 된 선수의 동료들이 기자회견을 자청, 팀 지도자들의 더한 만행을 폭로하면서 공분은 더 커지고 있다.

만행의 횟수가 많고 그 정도가 참으로 참혹해 일일이 나열하지는 못하겠으나 꽃다운 나이에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면 얼마나 그 내상이 컸는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죄를 꼭 밝혀달라”는 고인의 울부짖음에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사실무근이라며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폭언과 폭행, 따돌림과 이간질 등 한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까지 몰아내 버리고 말겠다는 이들의 작심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이들의 당당함에 또 한 번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폭언과 폭행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그들만의 오랜 주입식 교육이 결국 한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게 된 데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생 시절 선수를 지망하다 비슷한 사유로 일찍이 운동을 그만둔 A씨가 떠오른다.

구기종목 선수로 있던 그는 학교 수업 외 시간을 모두 운동하는 데 쏟았다. 대회에 나가서 지면 주장 선수와 패한 데에 결정적 역할을 선수는 뺨을 맞았고 연습 중 실수하면 선임으로부터 손등을 수 대 맞았다.

우유는 하루 2개 이상 먹어야 했고 집에 가거나 훈련장을 나가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그 외 볼썽사나운 꼴을 많이 당했다. 그런 일이 계속되자 결국 그는 운동을 그만두기에 이르렀다.

이후 그 일을 계기로 삶에 환멸을 느낀 그는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안정을 찾고자 결혼을 해버렸다. 이는 일례일 뿐 이외 수많은 사례가 더 있다.

군기잡기식 교육은 운동계뿐만 아니라 군대나 여타 조직생활에서도 관례적으로 행해져 왔다. 전통이라는 명분으로 그것은 암암리에 인정돼왔다.

교육을 이유로 운동선수에 폭언과 폭행을 일상처럼 가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선수도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런 도제식 교육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원하든 아니었든 일각 치부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고 인간의 생존과 연결되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재고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 인간의 열망이 또 다른 인간의 사악함으로부터 처참히 짓밟히지 않도록 사회적 제도 장치를 더 강화해야 하겠다. 실효성이 충분히 확보된 선수 보호 지침을 만드는 게 그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신아일보] 이인아 스마트미디어부 기자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