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3차 추경' 닷새만에?… 질주하는 거대 여당
'역대급 3차 추경' 닷새만에?… 질주하는 거대 여당
  • 석대성 기자
  • 승인 2020.07.0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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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난달 29일 상임위 예비심사 이어 1일 예결위 전체회의
예산조정소위, 이틀째 심사 나섰지만 대부분 정부 의견 반영
통합당 "역대급 졸속"… 정의당도 "권한 스스로 포기하는 것"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성호 예결위원장(오른쪽), 박홍근 여당 간사 등이 2020년도 제3회 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정성호 예결위원장(오른쪽), 박홍근 여당 간사 등이 2020년도 제3회 추경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역대급 3차 추가경정예산안 최종 처리를 하루 앞두고 정부가 당초 요청한 35조3000억원에서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졸속"이라며 심사기한 연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불필요하고 낭비적인 예산은 과감하게 삭감하고, 위기 극복에 꼭 필요한 예산과 국민 입장에서 부족한 예산은 당에서 추가로 더 확보하겠다"며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20대를 위한 청년 맞춤형 지원 예산을 3차 추경에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3차 추경에 추가 요청한 청년층 지원 예산은 3600억원 규모다. 주거 금융 지원 2500억원과 일자리 지원 1000억원, 창업 지원 예산 100억원 등이다.

같은 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산하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이틀째 3차 추경 심사에 돌입했다. 전날 감액 심사에 이어 이날은 증액 심사에 들어갔다.

예산소위는 예결위원장을 포함해 여당 5명과 야당 3명으로 구성해야 하지만, 이날도 정성호(예결위원장)·박홍근(간사)·김원이·위성곤·최인호 의원 5명만 심의에 나섰다. 이번 추경 세출증액 내역은 299개 사업, 세출감액 내역은 987개 사업으로 심사 항목만 1286개다. 5명의 의원이 이틀 동안 해당 분량 사업을 사실상 처리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정(여당·정부) 협의' 수준에 그쳤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전날 감액 심사에서 823억5300만원을 줄이는 데 그쳤다.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증액한 3조1000억원에 비교하면 2.6%, 전체 38조원의 추경안과 비교하면 0.2%에 불과한 수준이다. 심사 과정에선 대부분 부처 예산에 대한 감액 의견이 받아들여졌지만, 규모가 큰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예산은 정부 측에서 원안 유지를 강력히 요구하면서 심사를 보류하거나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예산소위는 예산에 대한 세부 사항을 여당과 야당, 행정부가 최종적으로 확정하는 자리지만, 여당의 기획재정부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예결소위 간사 박홍근 의원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재정준칙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선 확장적 재정 방향이 필요한데, 이 시점에서 재정준칙을 만들려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칫 재정운영 스스로 발목을 잡고 논란을 야기하면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제3차 추경 심의 관련 민주당이 증액 제기한 지역사업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제3차 추경 심의 관련 민주당이 증액 제기한 지역사업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상임위 예비심사가 평균 2시간을 넘지 않은 것에 이어 전날 회의 역시 4시간 10분 만에 끝났다. 이를 두고 제1야당은 물론 정의당도 '역대급 졸속 추경'이라고 맹비난을 쏟았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대한민국 의회 사상 35조원이나 되는 엄청난 금액을 불과 3일 만에 뚝딱해서 통과시키겠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며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3일까지 추경하자고 명령하니 일사천리 모습을 보인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거꾸로 돌리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민주당이 3차 추경에 3571억원 규모의 13개 지역 민원사업 예산을 집어넣은 것도 지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파렴치한 짓"이라며 "이 정부는 무슨 일만 생기면 기승전코로나"라고 비난했다. 이어 "자신들의 실정도 코로나19로 덮고, 예산을 얼렁뚱땅 넘기는 것도 코로나19로 덮고, 코로나19가 만능이 돼버렸다"고 덧붙였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마저 여권에 등을 돌린 모양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상무위원회의에서 "이런 식으로 추경안을 처리한다면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게다가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부실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통합당의 의사일정 보이콧(거부)을 빌미로 35조원에 달하는 국민 세금을 졸속으로 심사하는 건 또다른 파행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의당은 앞서 이번 추경에 대해 "졸속심사를 넘어 무심사 통과"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졸속 운영"이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졸속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민주당은 6월 임시국회 안에 반드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추경이) 조금이라도 늦어질 경우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수출과 제조업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코로나발 경제 충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신속한 정책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부각했다.

bigsta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