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주년 앞둔 남북 '살얼음판' 행보
6·25전쟁 70주년 앞둔 남북 '살얼음판' 행보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0.06.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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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대남확성기 재설치로 판문점 선언 핵심 공략
‘대북전단 살포’ 두고 남북 합의파기 책임 공방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6·25전쟁 70주년을 앞둔 남과 북이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도화선으로 '살얼음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에 강한 유감을 드러내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대남 확성기 재설치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측의 유감 표명에도 불구하고 탈북민단체는 최근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국내 주요 언론들은 "전날 오후부터 북한이 최전방 지역에서 대남확성기 방송시설 재설치 작업을 하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남과 북은 지난 2018년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나온 '판문점 선언'에 따라 5월1일 양측의 확성기를 철거했다. 결국 북측의 대남확성기 재설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에 이어 '판문점 선언'의 핵심을 건드리고 있다는 데서 의미가 크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확성기 철거는 판문점 선언에 따른 가장 가시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당시 남과 북은 ‘당국 간 협의를 긴밀히 하고 민간 교유와 협력을 원만히 보장하기 위해 쌍방 당국자가 상주하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함으로써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이른바 '삐라'로 불리는 대남·대북 전단도 양측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2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남조선 당국은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 북남 군사분야합의서 중 어느 것 하나 지킨 것이 있는가"라며 "북침 전쟁연습을 포함한 온갖 적대행위를 공공연히 감행하고 인간쓰레기들의 삐라 살포 망동을 묵인하는 등 북남 합의사항들을 체계적으로 위반하고 파기해온 것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 신문은 이어 "지금까지 대북 삐라 살포가 지속된 것은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당국의 의지가 부족했거나 또는 전혀 없었던 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같은 날 강원 홍천군 서면 마곡리 인근 야산에서는 탈북민단체가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북전단이 발견됐다.

앞서 지난 22일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은 경기 파주에서 대북전단을 기습 살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경찰의 감시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아마추어 회원들을 교육시켜 이 같은 행동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역시 북한의 공세에 맞불을 놓고 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23일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해 남북이 함께 기울여온 노력과 성과를 무산시키는 조치를 행동에 옮길 경우 그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최 대변인은 "통상적으로 민간단체 살포 시 관련법령에 따라서 지자체에 통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민통선 이북지역에서 민간단체 전단 살포가 이뤄지지 않도록 출입통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남북 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행보가 판문점 선언에 따른 부속합의인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 역시 지난 22일 "군사합의와 관련된 내용은 직접적으로 우발적인 군사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들을 한 사안이기 때문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9·19 군사합의를 지켜내야 북한과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는 군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남측이 먼저 합의를 깼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려면 우리 내부에서 판문점 선언과 9·19 군사합의에 대한 비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