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칼럼] 창업 생태계 '미투브랜드'로 공멸한다 
[기고칼럼] 창업 생태계 '미투브랜드'로 공멸한다 
  • 신아일보
  • 승인 2020.06.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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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현 TAMS 대표
 

프랜차이즈 대표들이 공통적으로 고충을 토로하는 지점이 있다. ‘미투브랜드’에 대한 대응과 해법이다.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 운영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베끼기 문화다.

괜찮다 싶으면 무조건 따라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프랜차이즈 시장의 공멸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최악의 경영습성이다. 

‘미투브랜드’란 사전적 의미로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를 모방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말이 모방이지 베낀 브랜드다.

‘미투브랜드’는 남이 차려놓은 밥상에 슬그머니 숟가락을 얹어놓는 것이자 제품 개발은 하지도 않은 채 인기 브랜드의 메뉴와 인테리어를 그대로 본떠 만들어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비윤리적인 상술이다. 

프랜차이즈 개발하는 입장에서 아이템을 개발해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주된 일이어야 하는데, 애석하게도 우라나라 프랜차이즈 개발자들 대부분이 잘 될 것을 찾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잘된 것을 찾는다. 잘되고 있는 것을 A라고 한다면 A+1, A+2처럼 교묘하게 무언가를 덧붙여서 카피 브랜드를 양산한다.  

그간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미투브랜드로 인해 피해를 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이 한 둘이 아니다. 맥주 전문점 쪼끼쪼끼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200개가 넘는 매장을 론칭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그러자 ‘쭈끼쭈끼’, ‘블랙쪼끼’, ‘쪼끼타임’, ‘조끼쪼끼’ 등 언뜻 봐도 쪼끼쪼끼를 베낀 생맥주 업체들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미투업체는 줄줄이 무너졌고, 원조인 쪼끼쪼끼마저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았다. 

쪼끼쪼끼의 뒤를 이은 건 용감한사람들의 스몰비어 브랜드 압구정 봉구비어다. 2011년 압구정 봉구비어가 론칭한 이후 ‘용구비어’, ‘봉쥬비어’, ‘달봉비어’, ‘오춘자비어’, ‘최군맥주’ 등 미투 브랜드가 쏟아졌다. 저렴한 안주에 편안한 분위기로 인기가 높았던 스몰비어 시장은 브랜드의 난립으로 인기가 시들해졌다. 

그런가하면 크림으로 가득 찬 압도적인 크기의 대만 카스테라는 이태원과 홍대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퍼졌다. 대만 카스테라 브랜드만 수십 개가 생길 정도로 ‘미투업체’가 난립했다. 그러던 2017년 한 종편방송이 대만 카스테라에 쓰인 식용유를 문제 삼으면서 이 시장은 삽시간에 무너졌다. 수많은 가맹점이 오픈한 지 3~6개월 만에 문을 닫아야 했다. 

이렇게 미투브랜드가 많아지면 창업시장에는 새로운 브랜드들이 생겨나지 않게 된다. 과감한 아이디어와 진취적인 열정으로 무장한 신규 브랜드가 나오지 않게 되면 창업 시장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창업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온 브랜드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변화의 움직임을 찾아보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베껴다 쓸 수 있는 위험부담을 지기 싫은 이유에서 일 것이다. 

우리나라 소비 경향 중 두드러지는 것이 새로운 아이템이 있으면 3번 이상 방문이 평균치다. 단골이 생기면 점포가 유지되지만 오픈 효과는 없어진다.

한 브랜드가 1년 갈 것을 3, 4개의 미투 브랜드가 난립하게 되면 2개월이면 끝난다. 미투브랜드는 연좌제 적용을 받는다. 한 업체가 잘못하면 그 아이템 시장 전체가 매도 돼 폐업의 수순을 밟게 된다. 대만카스테라가 좋은 예일 것이다. 

한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선 브랜드명과 콘셉트, 메뉴 선정, 레시피 개발, 매장 서비스 계획 등 많은 아이디어와 실행 인력이 필요하다. 이를 단순한 벤치마킹이라 주장하며 양심의 가책도 없이 가맹 사업을 펼치는 이들이 하루빨리 없어져야 대한민국에 건강한 창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임경현 TAMS 대표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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