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요금인가제 폐지, 응답하라 SK텔레콤
[기자수첩] 요금인가제 폐지, 응답하라 SK텔레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0.05.24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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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년 간 국내 이동통신요금을 조율하던 제도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회는 지난 20일 본회의를 열고 ‘통신요금 인가제 폐지’가 담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1991년 요금인가제 도입 이후 약 30년만이다.

이제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 출시 또는 기존 요금제의 가격을 인상할 경우에도 신고만 하면 된다. 다만 정부는 신고유보제를 통해 SK텔레콤이 제시한한 요금제를 15일간 심사 후 반려할 수 있도록 했다.

정치권의 이번 결정은 다소 강행한 측면이 있다. 제도를 폐지하는 취지가 모호했고, 일각에선 반발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시민단체 등에선 ‘요금인가제 폐지에 따라 이통3사가 담합으로 요금을 인상시킬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의 제재수단이 아직 남은 만큼 이통사들도 멋대로 요금을 인상하긴 힘들기 때문이다.

또 통신시장은 여타 산업과 달리 소비자들의 이목이 쏠려있다. 이통사들은 소비자 복지차원에서 제공하는 ‘마일리지’ 혜택을 줄여도 비판받는 시대다. 이통사들이 통신요금을 인상하려면 무수한 비난의 화살을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치권과 이통업계가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면서 주장한 ‘시장경쟁 활성화’도 논거로 적절하진 않다. 이는 요금인가제 폐지로 이동통신시장 경쟁이 활성화 되고, 통신사들의 자발적인 요금인하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알뜰폰 영향력은 미미하고, 통신3사가 장악한 국내 이동통신시장에서 규제 하나 없앤다고 경쟁이 활성화되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실제 이통3사 중 KT와 LG유플러스는 요금인가제 대상 사업자가 아니었지만, 국내 이통시장에서 요금제 인하 경쟁은 극히 드물었다. 공격적인 요금제를 내놔도 경쟁사들이 바로 뒤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5세대(G) 이동통신 상용화 당시엔 KT가 ‘데이터 속도·용량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자, LG유플러스, SK텔레콤 등도 5G 요금제를 무제한으로 변경한 바 있다. 이번 제도폐지는 ‘기업(SK텔레콤)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했다’는 측면이 가장 큰 셈이다.

공은 SK텔레콤으로 넘어간다. SK텔레콤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특혜를 받은 모양새다. SK텔레콤에겐 통신시장 경쟁촉진과 소비자 혜택 증가 등이 미션으로 부여됐다.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킬 요금제 출시 등으로 화답할 차례다. ‘통신요금 인가제’라는 족쇄를 벗은 SK텔레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된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