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재 산업부장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유통시장의 트렌드를 빠르게 뒤바꿨다.
4차 산업혁명 전엔 백화점과 대형마트·슈퍼마켓을 직접 찾아 물건을 구입했다면, 이후 소비패턴은 의식주 등에서 비대면(언택트, Untact) 온라인 유통이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는 이러한 소비 패턴을 빠르게 채찍질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 강자들의 수익은 줄어든 반면, ‘e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의 매출은 빠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하지만, 골목상권을 포함한 소상공인은 여전히 설자리를 잃고 있다.
이번 정부는 ‘낙수효과’ 대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벤처를 중심으로 가계별 실질소득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데 집중한다고 했지만, 코로나19에 다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 2월과 3월부터 골목상권의 매출과 순이익은 반토막 가까이 줄었다는 설문조사를 발표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골목상권은 사실상 존폐위기에 놓였다. 주요 업종의 순이익은 모두 하락했다. 유통업은 앞으로 95%까지 순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고, 의류와 가구는 각각 85%, 80%, 금은방·부동산·떡집·대리운전은 65% 감소를 예상했다.
이들 골목상권 관계자 열에 여섯 명은 6개월을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고, 대부분 골목상권 관계자들은 정부의 세금감면과 세금 납부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 요청을 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이에 부응하는 정책을 마련하는가 하면, 각각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경기활성화를 도모하고 나섰다. 각 행정구역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결제와 상품권 등을 정해진 기간 내에 지급해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앞서 지자체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일부 골목상권에선 소비자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있어 불만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골목상권에선 카드사로 돌아갈 수수료 부담 때문에 가격을 높여 받고 있어 경기 부양을 위해 함께 팔을 걷어붙인 시민들이 불편만 늘어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5월11일 정부의 재난지원금 신청 접수를 앞둔 터라, 현금결제 방식이 아닌 다른 결제 수단에 대한 바가지 결제는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 골목상권 내 바가지 실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선 현재 재난기본소득 카드로 결제하면, 수수료나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로 붙는 등 웃돈을 요구하는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
가령, 경기도에 위치한 한 옷가게는 지역화폐로 결제하면 가격표 그대로 받고, 현금을 결제하면 1000원을 할인하고 있다. 또 다른 매장에선 지역화폐 결제 시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는다는 매장도 나오는 등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대유행)은 세계 경제를 공황에 빠트렸다. 각국 정부는 금리를 인하하면서 관련 대책을 마련해 기업과 가계소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골목상권이 거북한 경기 흐름의 숨통을 트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단위란 점을 감안하면, 골목상권의 바가지는 소비를 다시 위축시키는 등 참담한 후폭풍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사료된다.
정부의 재난지원금 신청 접수는 경기부양 정책의 성공을 이끌 마중물이다. 골목상권은 이를 온전히 거둬 우리 경제를 활성화하는 선봉장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뜨내기손님 열 명보다 단골손님 한 명을 잘 잡아야 한다’는 말을 상기해야 할 때다.
/나원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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