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단종 애사와 문화재
[칼럼] 단종 애사와 문화재
  • 신아일보
  • 승인 2020.05.0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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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스님 자장암 감원·용인대 객원교수
 

의금부도사 왕방연(王邦衍)이 세조의 명을 받고 단종을 강원도 영월 유배지에 호송하고 돌아오는 길에, 허탈한 그의 마음을 달랠길 없어 유배지 청령포를 굽어보는 서강변 언덕에 앉아, 그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한다.

"천만리 머나만 길에 고은 님 여의옵고 내 마음 둘데 없어 냇가에 앉았더니 저 물도 내 맘 같아야 울어 밤길 애닯다."

이 시조에서 그는 참혹한 권력의 희생양이 되어 강원도 영월로 귀향길에 오른 옛임금에 대한 애끓는 그리움과 서러움을 절절이 표현하면서 일면 부도덕한 정치권력으로 부터 어린 임금을 보호하지 못한 자신의 무기력함을 애통해하는 회한도 내포하고 있다.

단종을 청령포 유배지까지 압송한 자신의 임무가 그에게는 한없이 원망스러운 일이었다.

단종에 대한 애틋함으로 괴로워 하는 그에게 무자비한 임무가 또 한 번 주어진다.

금부도사인 그에게 단종을 사사(賜死)하라는 사형집행관 임무였다.

왕명을 거역할 수 없어 무거운 발걸음으로 청령포에 도착했지만 "무슨 일로 왔느냐?"는 단종의 하문(下問)에 차마 사실대로 아뢰지 못하고 마당에 엎드려 머뭇거리기만 하였다.

이에 수행하였던 나장이, 시간이 너무 지체되었으니 속히 집행할 것을 재촉하나 계속 주저할 뿐 그러자 때마침 홀연히 이 일을 자청하는 자가 있었다.

다름아닌 공생(貢生)이란 노비였다. 이 자가 활시위에 긴끈을 이어 단종의 목에 걸고 뒷문에서 잡아당겨 단번에 보란듯이 단종의 목을 졸랐다.

1457년 10월24일, 노산군(魯山君)으로 시호 조차 강등 되어버린 단종의 나이 17세때의 일이다.

얼마전 조선 전기의 문신 엄흥도와 관련된 희귀 고문서와 족보 등이 발견됐다.

끝까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알려진 충신 엄흥도 관련 고문서를 영월 엄씨 종친회에서 국립중앙도서관에 기탁했다. 

영월 엄씨 후손들인 종손 엄근수, 엄태조 등이 조상 대대로 소장하고 있던 문건들이다.

엄흥도의 시호는 충의(忠毅), 본관은 영월이다. 단종이 세조에 의해 영월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자 다른 사람들은 후환이 두려워 단종의 시신을 돌보지 않았다. 엄흥도는 당시 관을 비롯한 장례용품 일체를 혼자서 마련해 장사를 치른 뒤 벼슬을 내려놓고 아들과 함께 일생을 숨어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종 때 조정에서 그의 충절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으며 1698년 공조좌랑, 1743년 공조참의, 1833년 공조참판을 추증하였으며 1876년 충의공이란 시호를 받았다.

발견된 희귀 고문서는 영월 엄씨 충의공계 광순문 종친회가 소장했던 것으로 조선시대 관청이 발급한 증명·허가·인가·명령 등이 담긴 완문(完文)으로, 1733년 병조에서 발급한 관문서로 세로 37.4㎝, 가로 205㎝이다. 문건에는 엄흥도의 충의를 기려 그 후손들에게 군역과 잡역을 면제해줄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외 문건은 1464년에 작성한 '엄흥도의 편지'와 1748년에 작성한 '영월엄씨 족보' 등이다.

문건을 기탁한 엄근수씨는 "귀한 자료를 집안에 두기 보다는 국기기관에 기탁해서 안전하게 보관되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연구하기를 기대한다"고 하며 국립중앙도서관 관계자는 "국가기관을 믿고 선뜻 기탁해 준 종손들에게 대단히 감사하다"며 "향후 보존처리 및 신속한 디지털화를 통해 연구자 등 국민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보급 문화재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현재도 오리무중이다. 상주본은 한글의 원리가 소개된 훈민정음 '해례본'이다. 

당초 훈민정음 해례본은 간송미술관에 소장된 게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8년 개인이 같은 판본을 발견했다고 공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조상의 숨결이 서린 문화재는 공익적인 것이지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영월 엄 씨종친회가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여 귀중한 고문서를 국가기관에 기탁한 고귀한 정신을 본받아야 마땅하다.

/탄탄스님 자장암 감원·용인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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