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거 '단골 공약' 금융 공기업 지방 이전…명분은 어디에?
[기자수첩] 선거 '단골 공약' 금융 공기업 지방 이전…명분은 어디에?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0.05.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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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막을 내린 21대 총선 공약으로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거론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상직 의원(전주을)과 김성주 의원(전주병)은 총선 과정에서 전주를 금융 중심 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금융 공기업과 글로벌 금융기관을 유치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지역과 협의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해 이런 공약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기관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 국책은행만 떼어 지방으로 이전하면 업무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증권사와 비은행 기관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업무가 많은 데다, 최근에는 인터뱅크(은행 간 거래)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공공기관이라는 특성상 임금 수준에 제약이 있는 은행원들이 지방으로 옮겨가게 되면 외부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인한 궁극적 목적이 세수 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인데, 전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후자는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10개 혁신도시가 지정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대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아 정착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나오기 때문이다.

다른 혁신도시에 비해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부산조차도 여전히 지역 경제 살리기라는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토부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달 말 혁신도시 성과를 평가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기존 혁신도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지역 균형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금융 공공기관을 강제로 이전하는 것이 합당한 선택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우려한다.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지난해까지 153개 공공기업이 본사를 지방에 옮겼지만, 실제로 지방 경제가 활성화됐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15년 동안 추진돼 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정치적인 논리로 금융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강요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더욱이 1차 공공기관 이전이 막 마무리된 단계에서 2차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되레 악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혁신만 있고 사람은 없는 텅 빈 도시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 급선무다.

[신아일보] 이소현 기자

sohyun@shinailbo.co.kr